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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May 05. 2021

9년

첫 직장을 그만두고 9년이 지나고 3번째 회사를 퇴직하게 된다.

예전 글을 보니 퇴직 후 6년까지 매해 어설픈 회고의 글을 쓰다가, 7년 째부턴 아에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 9년이 지난 오늘 다시 회고를 하게 된다. 


잊고있던 퇴직 제사를 다시 지내는 이유는

이번 5월을 끝으로 지금의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3번째 회사의 퇴직이다. 

2012 만 7년 넘게 다니던 대기업을 퇴직하고 

2015 2년 정도 스타트업을 다니다 

2021 다시 7년 정도 중소기업에 들어와 오프라인 결제에 큰 그림 한번 그려보겠다고 낑낑거리다 결국은 다시 떠나게 된다. 


현재의 회사를 이렇게 오래 다니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전 대표님의 '한 3년만 고생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할 때만 해도 어떤일이 펼쳐질지는 상상도 못 했다. 카드 단말기를 만들고, 보안인증을 하고, 대리점을 인수합병하고, 소송하고, 재판하고, 소송하고, 싸우고, 협상하고, IR을 하고, 이런 저런 전략을 짜고, 공유를 하고,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PMI를 하고, 개발팀을 만들고, POS를 만들고, 하다보니 7년이 흘러있었다. 


그 7년사이에 배웠던 것들 느꼈던 것들을 많지만, 그런 것들은 뒤로 하고, 단지 남아계신 모든 분들이 즐겁게 재밌게 일하며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전 회사를 정리하면서 무엇보다

책임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곰곰해 생각하게 된다.


대리점을 인수를 할 때마다 첫 소개자리에서 불안해 하는 직원분들께  '더 좋은 회사가 되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더 체계적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 보면 참 부끄럽다. 진심이었지만, 부끄럽다. 대표는 아니었지만 분명 많은 부분에서 결정의 권한이 있었던 터라, 이 일을 계획대로 못해낸 것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존재한다.


비록 많은 분들이 그게 뭐였는지, 그래서 어떤게 더 좋아졌어야 하는지도 관심이 없을지라도, 원래 하고자 했던 것들이 이미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떤 이유에서든' 만들어 내지 못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다. 


많은 위액과 피와 살을 갈아 넣은 만큼, 특별히 후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 당시의 정보와 경험으로 뭘 더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그냥 이렇게 특별히 평가하거나 정의하지 않고 7년의 3번째 시도를 마무리하고, 동시에 퇴직후 9년에 대한 회고도 그냥 마무리 한다. 


이제 4번째 시도를 한다. 

뭐, 일련번호를 붙이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데로 흘러가는 것이다. 정말 퇴직 후 9년 동안 뭔가를 계획해서 일이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 모든 결정이 때가 되면 몇 주사이에 그냥 결정이 되곤 한다. 

그래서 사는게 더 재미난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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