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초랑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경진 Mar 30. 2022

제주 탠져린즈 귀여워서 어쩔 ㅜㅠ

산초를 입양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곁을 지켜준 친구가 있다. 반려동물 입양을 진지하게 의논한 것도, 혜향이와 직접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그 친구다. 일에 대한 이야기로만 가득한 카톡방에서 언제부터 혜향이 얘기를 본격적으로 했지? 싶어서 봤더니 12월 11일이었다. 이렇게 썼다. 


"제주 탠져린즈 귀여워서 어쩔ㅜㅠ"


친구에게 보냈던 사진. (귤엔터 제공)

초반에는 산초와 창석이(구. 황금향)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둘은 비슷한 털 색에 닮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산초와 창석이만 구분 못한 게 아니라, 풋귤과 영귤, 나요(구. 금귤)도 누가 누군지 정확히 몰랐다. 동물을 가까이해본 경험이 없으니, 이 애가 그 애 같고 그 애가 이 애 같은 시간들이었다. 내가 디테일에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된 것도 아이들을 구분하지 못해서였다. 


그러다 친구에게 보내는 사진들이 다 같은 아이고, 그게 천혜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묘하게 아련한 눈빛을 카메라에 발사하고 있는 몽실몽실한 애. 쟤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저런 눈빛으로 보는 걸까? 나는 깊은 눈을 가진 존재들에게 약하다. 고등학생 때 열광했던 아이돌이 그랬고, 상대 배역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하는 캐릭터들에 끌렸다. 정작 나는 타인의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확 꽂히는 애가 올 거라고 했는데, 이런 걸 말하는 것이었나! 어쩌면 저 깊은 눈 속의 나를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넌 누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