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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ine Mar 05. 2023

Normal에서 New Normal로 下

2년간의 유학생활 돌아보기 

두번째 격리다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맡고 있던 업무 때문에 학기 개강보다는 조금 늦게 중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10월에 있는 당 대회가 끝나고 중국 정세가 안정되면 격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십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유학생이 원래 계획보다 비행편을 늦추기도 하였다. 그리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의 국내 항공사에서 비행편을 예고 없이 증편하자 격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졌지만, 21일에서 8일로 격리 기간이 단축되었을 뿐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방문한 북경 수도 공항은 역시나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버려진 유령도시처럼 2020 베이징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그대로 부착되어 있었고, 핵산 검사소도 그대로였다. 예전과 바뀐 점이 하나 있다면, 점점 중국으로 향하는 입국자는 늘어가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해 호텔 뿐만 아니라 미분양 신축 아파트에 격리자들을 수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유럽, 베트남 등 조금 더 많은 국가에서 친구들이 중국으로 입국하면서 코로나 이전의 중국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신호탄을 쏘는 느낌이었다. 


이런 기대감과 달리 격리가 끝나갈수록 북경의 코로나 확진 자 수는 늘어만 갔다. 코로나 확진 자 수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상해 혹은 다른 대도시와 달리 매일 확진 자 수가 급상승하였고, 까오더디투 (중국 내 지도 APP) 내 확진 자 발생 구역을 검색하면 북경 내 모든 지역이 표시 되었다. 이제 막 중국에 다시 도착했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교 출입도 다시 까다로워졌고, 행사도, 수업도 일찍 마무리되거나 다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파동 현황


이런 위기 속에서 또다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거짓 뉴스만 가십거리처럼 전달되어서 웨이보와 같은 중국 내 SNS에서는 북경의 모든 대학교 내에 확진 자를 가둬 놓는 격리 병동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하였고,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 자 혹은 국외 출입자를 격리할 시설과 물자가 부족해져 방학 때 남아있는 학생들은 방문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에 들어온 후 1달 이내에 만들어야 하는 외국인 거류증 비자도 처리하지 못해, 은행 계좌, 휴대폰 개통 자체를 못 하는 유학생이 대부분이었다. 학교에서는 학식당과 모든 편의 시설을 폐쇄하며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학교에서 자금과 물자가 부족하니 최대한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공지를 내렸다. 격리만 하다 한 달만에 다시 한국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상해처럼 도시 전체가 봉쇄되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될까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핵산검사를 진행하는 칭화대학교 체육관


사라진 민심 그리고 유령 도시 베이징

북경의 상황이 한국에도 전해지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아마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일부 학교에서 발생했던 시위의 영향이 크다. 당시 시위 현장에 직접 있었고, 직접 목격했던 나로서는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이런 변화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평소와 똑같이 학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학생들 3명을 주축으로 매일 하는 핵산 검사를 반대하고, 자유를 달라는 시위를 보았다. 처음에 3~5명 정도 모이던 학생들이 1~2시간이 지나자 50명까지 모였고, 자유를 향한 외침 자체가 지난 2년간 나의 중국 유학 생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경한 모습이어서 역사 속의 한 장면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특히 공산당원이 80% 이상 차지하는 칭화대학교에서 정부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중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임을 나타내는 반증이라 생각했고, 변화의 물결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평소 당의 결정에 반대 의견 하나 내지 않고 토시 하나 달지 않았던 학교였기 때문에, 이날 시위는 학교 부총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중재해 빠르게 중단되었다. 하지만, 이후 시진핑 주석을 욕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기숙사 지붕에 붙기도 하였고, 학교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담은 글들이 위챗 모멘트에 빠른 속도로 공유되었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싫증을 느끼는 매일 하는 핵산 검사 폐지, 자유로운 외출 등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었고, 무능한 학교 정책과 허울만 좋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글들도 많이 공유되었다.


당시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휴대폰 검사를 하거나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흉흉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직접 시위에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변화에 응원의 박수를 치며 중국의 위드 코로나 흐름이 하루라도 빠르게 시작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었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한동안 학교에는 무장한 경찰이 다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모여 있는 것을 금지하였고, 학교에 남아있는 중국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척 하며, 대부분의 중국 학생이 집에 가게 해 시위 자체가 발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모습은 신기함을 넘어 유학생에게는 또 다른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고향과 가족이 있는 중국인 친구들은 학교 공지에 따라 모두 돌아갈 수 있는 선지가 있었지만, 유학생들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쓰며 학교로 들어온 사면초가의 상황이었고, 비자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서 어떠한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로 학교에 갇혀만 있었다. 

학식당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취식하는 학생들

학교 식당도 운영하지 않고, 배달 역시 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사둔 물건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텼고, 학교에서는 학생 식당에서도 학생들이 앉지 못하게 하려고 의자에 테이프를 감아 두는 등 어떠한 조치와 도움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 교내 학생들의 50% 정도가 집으로 돌아가자, 예고도 없이 모든 북경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리 정책이 바뀌었다. 동선을 추적하던 싱청마 서비스가 중단되었고, 건강마도 존재만 할 뿐 건물 출입 시에도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자가 되어도 격리할 필요가 없어져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2022년 12월 중순, 드디어 다시 유학생활 처음으로 자유로운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큰 의미는 없었다. 북경에서의 코로나는 이제 시작이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하나도 없었던 중국인들, 백신을 제대로 맞지 않은 채로 중국에 있었던 외국인들이 많아서인지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시작되었고, 갑작스러운 개방으로 오히려 부실한 의료 시스템이 투명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어떤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거나 약을 구하지 못해 증상을 참고 견디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2020년부터 혼란스러웠던 중국의 코로나 정책은 2022년 12월 말이 되어 서야 마무리되었다. 


다시 일상점점 활기를 되찾는 중국으로 

이번 겨울방학 친구들과 함께 충칭, 광저우, 청두 등의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중국 유학을 하면서 항상 중국 내 여러 도시를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은 지금이 되어서야 허가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성으로 기내식을 먹지 않았다 보니 항공편에 제공된 기내식도 새로웠고, 올림픽을 개최해도 썰렁했던 작년 춘절과 달리 이번 춘절에는 역대 급 인파가 국내 여행을 갔다고 한다. 각기도처에서 불꽃놀이도 볼 수 있었고, 年夜饭을 먹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갑작스럽게 모인 인파가 적응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매일 방문 인원을 경신하는 중국 내 유명 관광지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학교에도 다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같은 과 친구 중 파키스탄 출신의 친구도 들어왔고, 1년 반 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미국인 교수님들도 직접 뵐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개방으로 인해 국제 유학생들이 제대로 된 공지도 받지 못하고 캠퍼스로 돌아와야 해서 비자 처리 등의 부분에서 학교에 대한 불만도 많아졌고, 학생들의 수와 대비되는 부족한 기숙사 수용 능력에 대한 갑론을박도 오가고 있지만, 1년 만에 교수님, 친구들을 보며 캠퍼스 생활을 다시금 즐기게 되었다. 


먼 나라 이웃나라중국 

중국이라는 나라를 논하자면, ‘먼 나라 이웃나라’라는 별명이 적합한 것 같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국제 정세와 경제적 이익에 복잡하게 얽혀 있고,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른 시스템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또한 많다. 특히 중국 내 소위 MZ 세대들이 주도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는 중국 전역에서 발생했지만, 여전히 국가에 대한 애국적인 색깔을 버리지 않은 젊은이가 대다수이고, 그들이 원하던 단기적인 자유를 얻자마자 정부에 대한 비판과 시위 또한 사라져버렸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나 버린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리 정책. 앞으로 이런 질병이나 국가 차원에서 통제해야 하는 이슈들이 생길 때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국가의 흐름 혹은 강업적인 대응에 순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함께 대항해야 하는 적이자 모든 중국인에게 불확실한 공포의 존재였던 코로나바이러스는 결국 취약한 의료 체계, 중국의 유명무실 뿐인 정책의 현실을 보여주었고, 이웃국가와의 국제 관계 악화,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 실추 등을 가져다 주었다. 중국에 있는 유학생으로서 2023년 3월 곧 다가올 양회에서 발표할 정책들과 9월 개최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앞으로 중국이 어떤 국가적 이미지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Normal에서 New Normal로 가는 길,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중국은 어떤 노선을 취하고,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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