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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Mar 29. 2022

당신의 마음에 반짝이는 태양을 가져다줄 영화 두 편

<투스카니의 태양>과 <시크릿 더 무비 : 간절히 꿈꾸면>

"They say they built the train tracks over the Alps before there was a train that could make the trip. They built it anyway. They knew one day the train would come."



 몸도 마음도 좋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럴 때가 있다. 손 끝으로 내 모든 기력이 빠져나가는 때, 하늘은 밝은데 내 마음은 우중중한 먹구름이 잔뜩 껴있는 때, 그리고 꼭 이 상태가 끝나지 않고 영영 지속될 것만 같은 때. 너무 무리를 했으니 몸이 내게 쉬어가라고 하는 말이라고, 날 가장 곁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말했다. 그래, 이럴 때는 쉬어야 한다. 그래서 기분 전환을 위해 한참 깔깔거리고 보던 소설책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봐야겠다고 미뤄두던 영화 두 편을 봤다. 하나는 <투스카니의 태양>, 또 하나는 <시크릿 더 무비 : 간절히 꿈꾸면>. 이 두 영화는 통하는 지점이 있어서 연달아 보기에 좋았다. 중요한 것은 낙담에 빠져 있던 주인공들이 점차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




 먼저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주인공 프란시스는 남편이 바람을 펴서 이혼하게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집도 남편에게 넘겨주게 된다. 낙심한 채 친구에게 등 떠밀려 날아간 투스카니에서 엉겁결에 '브라마솔레'라는 거창한 이름의 오래된 주택을 사게 된다. 워낙에 오래된 집이기에 수리가 불가피했으므로, 수리를 시작하며 그는 친구들을 사귀고, 새롭게 사랑에 빠지기도. 그는 브라마솔레에서의 삶을 사랑하게 된다.

 



 <투스카니의 태양>는 배우 다이안 래인이 주연이고,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배우 산드라 오가 그의 친구로 나온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잠깐 나왔던 의사까지 함께 등장해서 이건 무조건 끝까지 봐야한다고 마음 먹었다. 영화에는 아주 좋은 대사가 여럿 등장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순수한 열정만은 잃지 말라는 것. 어느 방향에나 굴러갈 수 있는 공처럼 살라는 것. 또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기차에 대한 이야기다. 알프스에 비엔나와 베니스를 잇는 기차가 생기기도 전에 그들은 철도부터 놓았다고 한다. 기차가 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난 기차는 올 것이라고 이미 알고 철도를 까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데 문득 영화를 보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철도가 깔려있지 않은 길에 어떻게 기차가 올 수 있겠는가? 기차가 오리라고 믿는다면, 그리고 기차가 올 수 있으려면, 우리는 지금 철도를 깔아야 한다. 





 <투스카니의 태양>에는 또 캐서린이라는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온 몸으로 삶을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그의 얼굴에는 늘 기쁨이 넘쳐 흐른다. 그는 늘 스승 페페의 주옥같은 명언들을 들려주며 현재를 놓치고 사는 프랜시스를 일깨워준다. 그렇다고 슬픔과 실망이 그의 인생에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삶을 영화처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처음 캐서린과 프란시스가 만났을 때, '브라마솔레'에 매혹되었음에도 이 주택을 사는 건 한낱 망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프란시스에게 캐서린은 말한다. 망상이라.. 그런 것도 좋지 않느냐고. 





 <시크릿 더 무비 : 간절히 꿈꾸면>은 책 <시크릿>이 원작인 영화이다. 그래서 더 보고싶기도, 보기 꺼려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안 보고 있던 것은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크릿의 원리가 멋들어지게 녹아있는, 굉장히 잘 만든 영화였다.





 언젠가 봐야겠다고 고민만 하던 영화를 정말 보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아빠였다. 아빠가 이 영화를 먼저 보고, 내가 이런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 한 마디에 아빠가 날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가 녹아있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일지 짐작은 간다만 직접 영화를 보고 판단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그 남자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수년 전 남편을 잃고 아이 셋을 키우는 미란다는 어쩐지 늘 일이 잘 안 풀리고 돈은 부족하다. 이런 그는 브레이라는 한 남자의 차를 박으면서 그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유없이 계속해서 미란다의 차를, 태풍으로 부서진 집을 고쳐준다. 그러면서 이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우리는 늘 기대하는 것을 받게 된다라거나, 우리는 자석과 같아서 우리가 늘 생각하는 그것을 끌어당긴다고. 미란다는 점차 최악의 것을 상상하며 실망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떤 날씨와 상황에도 늘 내 마음에는 해를 가지고 다니자고 다짐하는데, 참 쉽지 않다. 그럴 때 손쉽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영화를 보는 것이다. 기분 전환이 되고, 비관주의에 흠뻑 젖은 내 머릿속을 깨끗이 씻어줄. <투스카니의 태앙>은 얼마전 감명깊게 본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비슷한 말을 내게 들려준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지 못한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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