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교육을 받는 중에 시샘은 무지한 것이고, 모방은 자살이며, 좋든 싫든 자기 자신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드넓은 우주에 좋은 것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경작하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땅에 힘든 노동을 바치지 않고서는 옥수수 알 한 톨도 얻을 수 없다는 확신에 이르게 되는 때가 있다. 자기 안에 있는 힘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아는데, 그것도 해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 <자기 신뢰>, 랠프 월도 에머슨 저
오늘은 소설창작 수업을 듣는 날이다. 내가 워낙 못 써서, 원하는 칭찬―이를테면, 계속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다른 분들이 칭찬받을 때마다 작아지고 괴로워진다. 어쩌겠어, 내가 충분히 잘하지 못한 걸. 그리고 어차피 나는 계속 쓸 거니까. 그런데 이렇게 쓰는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 모든 게 내가 너무 조급해서, 그리고 쏟아붓는 것에 비해서 많이 원해서, 그리고 쓰는 과정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기지 못해서라는 걸 안다.
예전에는 빨리 내 책이 나왔으면 좋겠고, 내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생기기를 바랐는데, 꼭 그것만이 좋은 게 아니란 걸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올해 수업을 하나 더 들을까 몹시, 머리 빠지게 고민 중이다. 사실 충분히 놀러다니고 싶어서 고민하는 건데, 잘 모르겠네. 또 하나 더 고민 중인 것은, SNPE 수업을 들을까 말까 하는 것. 둘 다 병행은 못 한다. 이를 어쩐담. 그러나 무엇을 선택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요즘 나는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가 에이모 토울스의 신작 <링컨 하이웨이>를 읽고 있다. 내게는 성경책과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것 택도 없는 과욕처럼 느껴진다.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있는 주옥같은 구절들이 이어진다.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또 똑부러지고 지혜로운 여성들이 나와서 난 이 책이 좋다. <모스크바의 신사> 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바로 아래와 같은 구절 때문이다.
나는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들 각자에 대한 사명―우리의 약점을 용서하시고, 우리의 강점에 맞추시고, 오직 우리만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신 사명―을 가지고 계신다고 믿는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마도 우리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케이크에 온통 아이싱을 입히듯 그런 식으로 그 사명을 우리에게 주지는 않으실 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그분의 독생자와 마찬가지로―우리가 세상으로 나가서 우리 스스로 그것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작가님은 5년에 한 번 장편소설을 내기 때문에 난 앞으로 5년동안 또 건강을 지키며 기다릴 것이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한다. 이 작가님의 신작이 5년마다 나오는 한 난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5년씩은 더 살아야 할 것이다. 늘 생각하지만, 기다림은 좋은 것이다.
이제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외갓집에 내려가서 충분히 쉬지―집과 서울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놀지― 못하기 때문에, 내일 하고 싶은 것 모두 하며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 그러려니 몸을 두 개로 쪼개고 싶을 만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난 할 수 있어. 어떡하지? 크로스핏도 하고 싶은데 고민인 건 너무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고 싶어. 또 요가도 하고 싶어. 이건 시간이 안 될 것 같다.
요즘 매일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 쓰지 않고 있다. 나도 무엇이 문제인지 안다. 아침 요가와 명상과 모닝페이지를 시작해야 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 문제야. 5분씩만 한다고 생각하자구. 자꾸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라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인생은 체험인 걸 자꾸 잊고 만다. 세상으로 나가서 나 스스로 직접 찾아야 하는데.
오늘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고 왔다.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해가 빨리 져서 7시 반에 나가면 지는 노을을 못 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 덥지도 않다. 내내 선선하다. 체력이 자꾸 떨어져서 이제는 세 바퀴를 채 못 뛴다. 나에게 실망했다. 하지만 다시 늘릴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요즘 날 즐겁게 하는 것은 지락실과 <여둘톡>이다. 정신없이 보다가 잠이 든다. 아, 오늘은 늦게 자도 되겠구나. 내일 연차니까. 행복하다. 요즘 말도 안 되게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일도 맛있는 거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몸이 건강하니 난 더 바랄 게 없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마쳐서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오늘도 반성을 했다. 더 배려하는 친절한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