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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pr 02. 2024

2024년 3월, 홀로 찾은 방콕 여행기 (1)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갑작스럽게 일주일의 휴가가 생겼다.

 본래 1년에 한 번씩은 꼭 해외에 나갔었는데, 2020년 1월, 코로나19 발발 이후 국내여행만 주구장창 다니고 있었다. 그동안 어딜 갔었나. 제주, 전주, 공주, 대전, 부산, 인천 등등. 심지어 백패킹도 했더랬다. 이전에는 몰랐던 국내여행에 재미가 붙어서, 굳이 비행기 이코노미석 타고 몸 꾸겨져가며 고생고생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 아니, 아무리 마사지받고 실컷 즐겨도 오는 비행기에서 다 지치더라고. 그러나... 주어진 일주일의 휴가를 국내에서 쓸 수는 없었다. 차마, 결단코, 네버.

 왜냐하면... 이번 직장 입사 6년차, 통째로 월-금 쉬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기 표를 검색하기 시작. 마침 얼마 전 따끈따끈한 신규 여권도 만들었겠다(이럴 줄도 모르고 만든 건데, 사람 일이 참 신기하다. 이래서 기회를 붙잡으려면 언제나 준비가 미리미리 되어있어야 하는 모양), 급 떠난 여행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매인 몸이다보니 갑작스럽게 떠날 일이 꽤 많아졌다.

 본래 발리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비행기표 100만원.... 의 압박이 심했다. 방콕은 생각도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었다. 실은 치앙마이가 더 내 취향이었는데, 화전[2월~4월 동안은 밭을 태워서 미세먼지가 엄청나다고 한다] 기간이라 눈물을 머금고 방콕으로 선택지를 돌렸다. 치앙마이가 너무나 내 취향 저격이라, 정말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했었다.





 유럽도 생각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일주일은 너무 짧은 데다 비행기값 무려 200만원에 육박하는 걸 보고 한순간에 포기했다. 영국이랑 스페인 언젠가 가보고 싶긴 했는데, 나중에 더 여유될 때, 좀 길-게 가고 싶어서.

 왜 방콕이었냐고 하면, 우선 비행기표가 40만원선으로 매우 합리적이었다. 비행시간도 6시간. 일주일 휴가동안 쓸 수 있는 딱 적절한 시간이었고. 그리고 인도랑 가까워 찐 요가수련자들이 많다는 점과, 방콕 러버 여행자들이 많다는 점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누군가는 일주일 있어도 부족하다고, 누군가는 서울이랑 똑같다고 하는 그곳이 궁금했다. 여행이든 뭐든, 결국은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으니까, 불안불안하지만 뛰어들어보기로 결정.





+ 방콕 여행을 결정지은 몇 가지 포인트들이 있었다.

1. 에라완 국립공원 [사진을 꼭 검색해보시라! 혹은 나의 다음 글들을 기다려보시라..ㅎㅎ]

2. 깔끔하고 가성비 좋고 가고 싶은 요가원이랑도 가까운 찰떡인 숙소 발견 (이 숙소 소개는 나중에)

3. 무에타이, 쿠킹클래스, 디너크루즈 등 하고 싶은 체험 다양한 것

4.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라는 것..?

 + 사실 어느 정도 익숙한 문화권은 더는 가기가 싫다. 의외로 태국이 서양보다 더 우리에게 생소한 문화라는 것도 내 여행지를 결정짓는데 한몫 했다.




**여기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것 같은 내 취향이라고 함은,

1.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인이 많거나 시끌벅적한 곳은 질색

2. 문화 인프라 탄탄한 것이 좋다 [전시회나 그림, 공연 등]

3. 라이브 공연 짱 좋아 [재즈바 등]

4. 대중교통 편해야 한다! 멀미 심해서 차 타고 오랜 기간 이동하는 거 견딜 수 없다. 멀미약 필수

5. 여행지에서 요가, 운동하는 것 짱 사랑. 사실상 여행하는 아주 큰 이유

6. 약간 힙하고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함! 쇼핑이 재밌어야 한다

7. 음식... 중요 너무 짜고 달고 기름지기만 하면 고통스럽다. 적당한 건강식 필수


  + 이번에 추가된 것. 본의아니게 일을 많이 벌려놔서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버렸다... 본래 어느 정도 일을 끝내고 짠! 통영국제음악제 가려고 호텔, 숙소, 공연까지 예매 다 해놨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모조리 취소. 결국 일하면서 여행가게 생긴 나는 어느 정도는 여유도 부리고 싶었다. 물론, 일할 여유를 내야 하기 때문.        



 2019년 10월에 청두를 다녀온 것 이후, 무려 4년 반만에 타고 간 17:10 비행기. 제2여객터미널에서, 진에어를 탔다. 40만원 정도 줬고, agoda에서 예매. 이유는? 스카이스캐너보다 쪼끔 더 싸서.

 세 시간은 일찍 가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마침 오후 1시쯤 우리 지역[난 경기도인이다]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도 없길래 이고지고 지하철을 타고 왔건만, 이게 웬걸. 제2여객터미널은 처음인데 출국 수속 5분컷 했다. 심지어 출국 수속 밟기 전 서둘러 환전주머니 신청해놓은 바트도 수령했는데, 제2여객터미널 들어가서도 받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게 뭐람... 결국 남는 시간 아이패드를 켜놓고 키보드를 엄청나게 두드렸다. 결국 꽤 많은 양의 작업을 미리 해두는데 성공. 




 물론, 그전까지 오만 곳을 기웃거리며 괜히 내 퍼스널컬러에 찰떡이라는 립스틱도 발라보고(별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립스틱이나 하나 사줄걸), HBAF 아몬드며 서점도 둘러보며 구경. 크게 볼 건 없었다.

 참, 제2여객터미널에서 잘하면 아주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ㅎㅎ 난 파리바게트 구석 의자에 앉아 콘센트에서 편히 충전을 하며 아이패드를 썼다. 한 탑승 시작 20분쯤 남겨두고 몸을 일으켰는데, 아주 조금 지연이 되어서(10~20분 정도?) 조금 망연자실. 성질 급한 한국인은 기다리다가 숨 넘어가요...

 그러나 탑승이 조금 지연됐을 뿐이지 출발과 도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방콕 가는 진에어는 기내식이 없다. 17시 10분 출발이므로 미리 샌드위치를 하나 사놨었다. 이름하야 자체 기내식. 맛없는 기내식보다 깔끔하고 내 취향을 반영해 백배 만족스럽다[자기 합리화 끝판왕].

 사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엄마가 꼭 먹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김치랑 소머릿고기를 점심으로 먹고 왔더니, 배가 별로 안 고파서 먹을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더랬다(아침은 쑥떡을 먹었었다). 그러나 안 샀으면 큰일났을 뻔. 전-혀 배가 안 고프다가 7시부터 미친듯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꺼내서 먹은 치킨 무슨 샌드위치는 적절한 탄수화물과 섬유질, 지방과 단백질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양도 몹시 적당했고.



      

 요건 비행기가 방콕 도착하기 직전에 휘갈긴 노트. 아날로그 키퍼 껀데 고무줄이 있어서 안 펼쳐지게 잘 수납해둘 수 있고 손에 들어오는 알맞은 사이즈가 아주 가지고 다니면서 휘갈겨쓰기에 딱이다![옆에는 시암파라곤에서 데려온 내 사랑 태방이]

 6시간의 비행동안 조금이라도 자면 안 된다! 겨우 2시간이지만 시차 적응을 완전히 하고 말 것이라고 다짐한 나는 거의 쉬지 않고 작업을 했다. 닭장같다는 악명 높은 진에어는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판명. 아이패드 펴놓고 작업하기 썩 무리는 아니었다. 

 곧 방콕에 도착한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허겁지겁 미리 사놓고 잘 챙겨놓은 유심으로 바꿔끼우기 완료. 근데 안내문구로 뭐, 해외 로밍 차단 설정이 되어있으면 안 될 수도 있댔나?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확인을 해보라고 되어있었는데, 이걸 방콕 도착 얼마 전에 보다니. ㅎㅎ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AIS는 잘 터졌다.

 + 내가 AIS를 이용한 이유는 단 하나. 그냥 검색해보니, 내 여행일정에 맞는 상품이 상단에 떴다... 알고 보니, 통신사별로 잘 터지는 게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난 유플러스라 TRUE가 잘 맞다는데, AIS도 전-혀 문제 없었다!




 사실, 방콕 도착하기 전부터 난 이미 방콕과 사랑에 빠져있었다. 반드시, 다음번(다다음번 말고 다음번!) 여행은 치앙마이가 될 거라고, 그것도 제일 여행하기 좋다는 11월~2월 이내에 오고 말 거라고 다짐 또 다짐. 


      

 뭘 찍었는지 모르겠는 이 사진은, 비행기에서 내려서 나름 이국적인 방콕의 공항에 가슴이 벅차올라 마구 찍어댄 사진. 사실 이것보다 더 괜찮은 장면이 꽤 많았는데, 서둘러 입국 수속 밟고 그랩 잡아타고 호텔 도착해서 잘 생각에 잠시도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

 입국 수속 받으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와중에도 그랩 잡으려고 어플을 켜놓고 게이트번호 미리 알려고 얼마나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댔던지.

 참, 방콕 공항에서 시내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미리 픽업 택시를 예약할 수도 있다.(이때는 주로 클룩을 이용하는 듯하다) 그러면 할인 적용해서 한 2만원 정도 나오는 모양인데, 난 더 저렴한 방법으로 그랩을 잡기로 했다. 그랩은 한국에서 미리 설치 후 인증까지 해서 갔다. 카카오페이랑 연결했고.



+그랩 외에도 GLN, 트래블월렛 설치하고 우리카드에서 EXK 체크카드 발급(초록색 K뱅크로 인출할 경우 수수료가 엄청 낮다고 한다!)도 해갔는데, 결국 EXK 체크카드 통해서 직접 인출해서 제일 많이 썼다. GLN이든 트월이든 모두 수수료가 있고, 해외에서 신용카드 썼다가 복제당해서 돈 엄청 긁힌 사례도 있고, 어차피 치앙마이 또 갈 거라 잔돈 안 남기는 거에 별 흥미가 없었다. 


      


 이 사진의 정체는 무엇이냐... 하면, 그랩을 불러놓고 도착한 기사와 서로 위치를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매며 찍은 인증샷이다. 기사님이 짱 진철하시고 클래식 연주도 틀어주시고, 차도 깨끗 그 자채였는데, 차를 찾기 전에는 계속 기다릴 수 없다는(I can't wait) 기사님의 메세지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결론은 내가 공항에서부터 횡단보도 한번 건너서 그 큰 도로에서 기사님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었다. 참,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서 그랩을 부를 때는 몇 층 몇 게이트인지 기사님께 채팅으로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면, 2F 9Gate 이런 식으로.

 웃기는 건, 이번이 시작이었고, 그랩을 부를 때마다 난 기사님과 서로를 찾지 못해서 계속 헤맸었다. ㅎㅎ 이게 나한테만 어려운 건지, 남들도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리고 도착한 숙소! 아사이 방콕 사톤이다. 벌레 나왔다는 후기 없고, 스태프들도 친절하며, 깔끔 그 자체. 본래 7박에 40만원 선에서 끊을 수 있었는데! 망설이는 사이[환불 불가라 망설였다] 50만원으로 올랐다.(절망) 물론, 방이 다르긴 했다. 그만큼 좋은 방이었을 것이라고 합리화.. 수영장 없고, 조식 불포함이지만 본래 가성비 넘치는 현지식을 좋아하는 나는 조식은 불필요했고, 어차피 에라완 가서 수영할 거니까, 괜찮았다. 무엇보다 내가 너무 가고 싶어하는 요가원이 걸어서 7분 거리에, BTS는 걸어서 3분 컷. 결과적으로 혼여족[혼자 여행하는 족]에게 안성맞춤 최고의 호텔이었다. 아마, 다시 가도 이곳에 묵지 않을까..

 참, 숙소를 고민하는 한국인들에게, 나는 사톤-실롬 지역 적극 추천이다! 깔끔하고 안전하고 길목길목 아름다우며, 브런치 가게도 많다.(물론 가격은 꽤 비쌈) 아니면, 아예 교통의 요지이자 쇼핑몰과 매우 가까운 시암역도 좋고.




 공항에서부터 400바트 좀 안 되게 들었고, 방콕은 그랩이나 택시나 고속도로 타면 톨비를 별도 지불하게 되어있어서 +77바트 더 들었다. 계산하면 1만8천원 좀 안 되게 든 건데, 생각보다 바가지 쓰는 일이 많아서 이 정도로 난 적당히 만족했다!

 가족들에게 인증샷 얼른 찍어 보내고(근데 이 숙소는 이 침대 쪽보다 화장대 쪽이 훨씬 예쁘다!), 휴대폰 충전해놓고, 씻으러 들어갔다. 레몬그라스향이 나는 샴푸와 바디워시로 씻고, 얼른 잠옷으로 갈아입다가 깨달은 것. 헐... 잠옷 바지를 안 가져왔다. 잠옷 바지를 안 입으면 다리가 시려워서 자꾸 잠에서 깨는데... 속상한 마음보다 감기는 눈꺼풀이 더 무거웠다.




 5시 10분 한국 출발해서, 9시 10분쯤 공항 도착, 40분 가까이 달려 숙소 도착하니 10시. 한국에서도 10시에 자는 내게 방콕의 10시[한국 시간으로는 12시]는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으므로 비몽사몽, 얼른 자고 싶어서 혼절할 것 같았다. 거의 반쯤 졸고 있었을 지도.

 그렇게 방콕에서의 첫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착하자마자 바로 재미없이 고 투 베드 한 나는, 이후 며칠간 시차적응이 안 되어 이르게 잠에 들며 고통스러워했다. 왜 나는 10시면 눈이 감기는가...




 하여간, 한국 들어오면서부터 치앙마이 여행계획을 세웠던, 한여름밤의 꿈 같고 내 사랑같은,

 방콕 여행기[2024.03.23-2024.03.31],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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