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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o Apr 13. 2022

자살에 실패한 이유? 살고 싶어서 그렇지 뭐

인간은 하루에 적게는 6시간, 많으면 8시간을 자야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고작 8시간을 자서는 개운함을 느끼지 못한다. 누가 깨우지 않으면 12시간을 훌쩍 넘겨 자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상위 1%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썩 좋지만은 않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잠이 많은 사람은 게으르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다. 매일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 하는 아침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특히 군대에 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남들이 재빨리 일어나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잠에서 덜 깬 채로 뭉그적거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렇다고 매일 아침마다 힘들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매일을 간신히 몸을 일으키던 내가 첫 휴가 날 만큼은 아주 상쾌하게 일어났다.


사람들은 모든 일에 이유를 찾기 바쁘다. 늦게 일어난 이유가 있고, 성적이 좋지 못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이걸 다른 말로 핑계라고 한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도 존재한다. 갑자기 교통사고가 났다면 지각을 피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의 인생에는 피치 못할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는가?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나는 한 번도 상쾌한 아침을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잠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휴가의 아침은 너무도 상쾌했다.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다. 그저 일찍 일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왜 자살에 실패했을까?’ 뭔가 심오한 질문 같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자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저마다의 이유는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이었을까? 나는 자살에 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이 방법이면 확실히 죽을까?’를 고민했다. 한강에 빠졌다 구조가 되면 어쩌지? 목을 매달았다가 줄이 끊어지면 어쩌지?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3주치 약을 받았다. 순간적으로 ‘이걸 한 번에 먹으면 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실패했을 때의 후폭풍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몸은 엉망이 되어 있을테고, 직장에서도 잘릴 게 분명했다. 몸이 망가졌으니 병원도 가야 되고, 만만치 않을 병원비도 걱정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결심한 자살인데, 자살에 실패할 경우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결국 나의 자살 시도는 그렇게 끝났다.


사람들은 종종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살고 싶지 않은 생물은 없다. 생물에게 생존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의 힘듦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다르게 들릴 뿐이다. 나에게는 그 말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들린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는 꾸역꾸역 살고 싶지 않았다. 조현병 환자인 어머니의 수발을 들고 싶지도 않았고, 꿈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울부짖은 수많은 밤은, 제대로 살고 싶다며 몇 번이고 흐느낀 밤이었다.


자살에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괜찮다. 살고 싶은 건 인간의 당연한 욕구다. 문제는 ‘너무 힘든 지금의 삶’에 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라 벗어나고 싶은 인생이 문제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엇 하나 바뀌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문제들이 쏟아지는 삶이 문제다. 나 역시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결국 끊어내지 못해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You are not God’ 학부 시절 한 교수님이 내게 해 준 말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간은 우주 속 먼지에 불과하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만큼 잘난 존재가 아니다. 죽고 싶을 만큼 삶이 요동칠 때는 한 번 쉬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내 생각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에 잠깐 쉰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하루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집이 망하거나 우주가 멸망하지 않는다.그러니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그대여, 일단은 조금 쉬자. 조금만 숨 고르고 생각해 보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듯이, 마냥 달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조금만 쉬고 여유를 가지면, 막막했던 인생에 분명 작은 길이라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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