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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Nov 27. 2023

'나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

'나'를 지키겠다고 방어벽을 높이 쌓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숨이 턱 막힌다. 열심히 살아왔고, 모든 게 진심이었는데 하는 억울함과 희생하며 살아온 시간에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활활 타오르니 그 앞에선 한 마디 가벼운 말조차 그 심기를 건드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고 만다. 부정의 기운을 띠처럼 두르고 있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스며들 듯 물드는 축축한 기운에 내 안의 양지도 그늘로 얼룩진다.  '나를 지킨다'는 의미를 잘 못 이해하는 사람들. 방어를 가장한 공격을 하는 사람이다. 눈빛과 표정, 거친 말의 태도가 또 누군가에겐 상처로 다가갈 수 있다. 방어벽이 높은 사람들은 의미 없이 지나는 말속에서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메시지를 찾아내 필요 없는 감정 소모를 하며 힘들어하곤 한다. 늘 편치 않은 더듬이를 세우고 있으니 자연히 사람들도  슬금슬금 이들을 피한다. 스스로 분리감을 만들어내며 소외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곤 하는데 '나를 지킨다'는 왜곡된 의미를 안고 사람들로부터 한 발 떨어져 의미 없는 분리의 감각을 키우고 있다면 그른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분명 거리 두기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무례함이 지나쳐 나를 함부로 대하려는 이들 앞에선 그야말로 선을 긋고 적극적으로 나를 지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매사 모든 대상을 적대감을 품은 채 경계하고 모든 말에 자기만의 의미를 적용해 산다면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지킨다'는 것의 바른 의미는 무엇일까? 나를 지킨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그동안은 많이 참아왔으니 이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을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 착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동안의 희생을 욕구로 치환하듯 내 위주의 이기심을 앞세워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 '나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 오인하는데 이런 정의가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답도 약도 없다.

 나를 지키고,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흔들림 없이 삶을 살아낸다는 의미에 좀 더 가깝다. 상대의, 주위의 여파에 끄떡하지 않고 내 중심을 갖게 되는 것. 뾰족하고 날이 선 말들로부터 나를 구해낼 수 있는 힘이 내면에 가득한 것.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기에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마음이 장착된 것이다. 이런 튼튼한 마음을 갖게 되면 상대의 말과 행동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나를 돌보고 상대도 돌볼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나를 지킨다는 건 내 안에 중심이 바로 서는 것이다. 자신을 관찰하고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을 때, 그래서 끊임없이 다듬어 나갈 수 있을 때 안으로부터 단단한 힘이 생기고 타인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전히 '나'로서 사는 삶, 본성대로 사는 삶의 추구는 현존에 뿌리를 둔다. 과거와 미래로 끌려다니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다면, 필요 이상의 감정과 생각이 너울 치지 않고 고요히 다스려질 수 있다면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다.

자주 살필 필요가 있다.

그릇된 사고로 내 자아(ego)만을 크게 부풀리고 있지는 않은지,

나를 지킨다며 상대를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 사랑의 실현을 자기 욕구의 실현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유유히 '나'를 관찰하고 다듬어 가는 과정,  

삶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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