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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Apr 06. 2024

엄마의 자리 2


지난 1월 말 뇌출혈로 응급실을 찾은 엄마는 한 달 반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엄마의 공간으로 돌아가셨다.재활치료까지 마치셨지만 홀로 생활하시는 데는 무리라 엄마를 돌봐주실 간병사와 보호사를 찾기 위해 마음이 바빠졌다. 운이 좋게도 엄마를 케어해 주실 오전, 오후 보호사 두 분을 구하게 되었고, 엄마가 혼자 계실 시간을 최소화했다. 식사량도 늘고, 걷기와 실내 자전거도 틈틈이 타실 정도로 기운을 내시는가 싶더니 지난주부터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꾸 주저앉으며 넘어지신다.  아무래도 상주하는 보호사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단계에 돌입한 것 같아 그때까지 언니, 오빠와 번갈아 엄마를 케어하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 지내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엄마의 공간. 늘 요리를 하시던 엄마의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게 되었다


2017년 여름, 아빠가 돌아가시고 홀로되신 엄마의 삶을 그려본다.

가족이 삶의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엄마는 평생 가족만을 위해 사셨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마음은 늘 소녀 같고, '나는 괜찮다'라는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신경 쓰이는 일을 만들지 않으셨던 얌전하고 친절한 엄마셨기에 평소 말씀처럼 엄마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동안 엄마를 너무 홀로 계시게 했던 건 아닐까? 엄마의 외로움을 가늠해 본 적이 있었을까? 만나고 헤어질 때면 작은 아기 새처럼 애처롭게 딸을 바라보던 엄마의 슬픈 미소가 부담스러워 가려던 발길을 붙잡을 때도 있었는데, 내 삶이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넘친다고 엄마한테는 이 정도의 시간만 내줄 수 있다는 듯 야박했던 마음들이 가슴을 치게 만든다.  점점 야위고 바스러질듯한 팔 다리에 기운을 불어 넣고자 밑반찬을 만들고 몸에 좋은 걸 찾아보지만 진작 왜 더 자주 오지 못했나, 왜 매일 연락드리지 않았나 하는 자책은 쉼 없이 채찍처럼 내리친다.


엄마 침대 밑에 자리를 펴고 누우니 엄마는 나를 빤히 보시며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 가득한 눈길로 물으신다. 말인즉슨 집에서 남편과 다퉈서 여기서 자려는지 묻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무너졌다. 홀로되신 엄마 곁에서 자고 간 적이 거의 없으니 엄마에겐 이 상황이 낯선 것이다. 이런 불효가 또 있을까. 이렇게 함께 잔다고 하면 설레고 아이처럼 기뻐하시는 일을,  뭐가 그리 어렵다고 매정하게 매번 발길을 돌려 내 집으로 향했을까? 그 외로움에도 익숙해져 홀로된 삶을 잘 헤쳐나가길 바랐고 강해지시길 바랐던 마음에 내 이기심은 없었을까?

생각보다 상주 보호사를 빨리 구하게 되어 엄마와 보낸 시간은 고작 3일. 엄마는 또 새로운 분과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내키지 않는 일임에도 어쩔 수 없음을 알아 마음을 삼키는 표정.  슬픔이 서린 엄마 얼굴이 집으로 향하는 내내 눈에 밟힌다. 자식들도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엄마를 24시간 케어해주실 분께 염원의 마음이 되어 굽실거리게 되더라.


엄마가 좀 더 기운을 내고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더 자주 찾아뵙고,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닐까.

다짐의 마음을 소리치듯 일깨워  나와 약속하며 집으로 오는 길, 눈물이 계속 흐른다.


제발 곁에 오래 계셔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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