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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ter flush Sep 06. 2024

책 읽는 사람


책을 가까이하고 쓰기가 일상인 이들을 보다 보면 마음결이 곱고 겸손한 경우를 마주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읽은 시간만큼 쌓인 지식을 뽐낼 만도 하건만 넌지시 던지는 질문에 혹여라도 상대의 마음이 다칠세라 최대한 겸손한 단어를 선택해 다정한 답을 건네준다. 이런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함께 하는 시간 속에 내 존재마저 귀하게 느껴지고 만남 이후의 시간까지 행복한 여운으로 남아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는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갈수록 이런 이들을 곁에 오래 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런 욕심은 나쁘지 않다. 인생의 방향이 올곧은 곳을 향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만나면 기분 좋고 나를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다독가라 해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 표현하려 지식을 뽐내며 우러러보게 만들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다. 똑같이 책을 좋아하고 늘 책을 가까이 하지만 왜 이렇게 다른 결의 사람으로 나뉠까? 전자에게 있어서 책은 자신의 인생을 가다듬고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도반과도 같은 것이라면, 후자에게 있어 책이란 자신의 자아를 드러낼 도구 그 이상을 넘지 않아서일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가 공들여 다듬은 정제된 언어를 만나는 것이다.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며 당시의 감정을 느끼고 때론 왜냐고 되물으며 날이 선 질문도 필요하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 해도 물음이 없고, 자신의 사유가 스며들지 못하면 앵무새 독서일 뿐 진정한 내 것이 될 수 없다. 

진정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 온전히 머무는 시간이 길게 필요할 것이고,  또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느껴지는데, 읽고 쓸 때 비로소 사유의 세계는 깊고 넓어진다. 

책은 홀로 읽는 것이고, 사색도 홀로 하는 것이며, 글도 혼자 쓴다. 이 세 가지 영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상의 분주함에서 살짝 비껴간 삶을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세 가지만 하기에도 하루는 길지 않고, 무엇보다 이러한 삶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분주한 일상에 치여 읽기만 바쁜, 그리고 말로 쏟아내느라 정신없는 독서광들의 말속엔 그만의 향기가 없고, 귀에 담긴 말은 마음에 울림을 주지 않으며, 만나는 공간에도 다정함이 깃들지 않더라. 책을 읽는다는 것엔 이렇듯 커다란 함정이 숨어 있다. 모든 책이 다 쓸모 있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어쩜 이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읽고, 사유하고, 쓰는 사람.

자신만의 색과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사람. 

책 읽는 사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독서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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