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혀 사는 이들을 많이 본다. 힘들고 괴롭지만 훗날 편할 그날을 위해 돈을 모으고 참는걸 미덕으로 사는 사람들 이야기 일수도 있고, 그날의 영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지점을 향해 저돌적인 스피드로 달려가는 사람들 이야기 일수도 있다. 참거나 위선적이거나 형태는 달라도 모두가 다가올 어느 시점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나를 불행 속에 가두고 소모되는 삶을 사는 모습엔 다름이 없다. 그러나 행복은 똬리를 틀고 앉아 기다리는 미래의 영광스러운 표상이 결코 아니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 겹겹이 스며있는, 누구에게도 차별 없이 공평하게 존재하고 있는 그 무엇인 것이다. 이는 발견할 줄 아는 능력과 느낄 줄 아는 마음의 준비만 돼있다면 특별한 값을 지불하고서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한낮의 내리쬐는 햇빛과도 같이 조건 없이 원 없이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러니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지 어떤 행동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불필요한 생각이 행복을 그르친다.
행복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생각과 신념들은 몸에 살이 붙듯 하루가 멀다 하고 불어난다. 실은 행복한 건데 행복한 줄 모르고, 행복하지 않다고 아우성치거나 행복 그 안에 안주하고 있으면서도 행복은 자신만 비껴간다고 어리석게 눈을 흘기고 엄한 곳에 탓을 하거나 하며 모두가 '행복'이라는 선을 그어놓고 전력질주를 하듯 그곳을 향해 달려가지만 속도에 밀려 정작 행복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새어 나간다.
행복은 느리게 호흡하고 천천히 응시하며 조용히 내 안에 머무를 때, 마치 꽃봉오리가 슬며시 열리며 은근한 향기를 피우듯 마음에 물드는 것이다. 그렇듯 행복은 행복할 준비가 된 자에게 찾아오는 조용한 손님이다. 이 조용한 손님을 맞이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친해져야 한다. 자신에게 수시로 묻고 질문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가늠하며 느끼는 것을 알아채며 자신과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
또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반짝이는 조개껍질을 줍듯 내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에서 반짝이는 감사를 찾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면 거의 다 왔다. 그 마음이라면 사방에 널려있는 행복을 주워 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