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에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써놨던 미래의 내 모습들이 있다. 1년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35살까지의 내 모습을 써놨었다. 현재의 37~38살 시점에서 보면 정말 대단스럽게도 그 때 상상했던 모든 것들 이상의 내가 되어있다.
나는 이 다이어리를 마법의 수첩이라 부른다. 정확히는 내 와이프가 그렇게 불러준다. 그 이유는 그 수첩에 써두는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살면서 어떠한 목표를 이뤄내 본 것은 군대에 가면서 부터였다. 훈련소 사격 때 20발 다 맞추면 전화시켜준다고 했었는데, 무슨 우연인지 몰라도 그 때 20발을 다 맞추면서 300명 앞에서 자랑스럽게 전화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부터 뭔가 원하는 것을 이뤄냈었다. 그 다음 기억이 4학년 2학기 시작 전에 졸업예정자로 취업해서, 개강 첫 수업 때 교수님께 취업계 내면서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해냈다.(하지만 아무도 취업계를 내는 내 모습에서 간지를 느낀 것 같지 않았다.)
그 이후로 기억나는 몇 개의 목표 달성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오픽 AL 받은것과 연봉 얼마 이상 되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이뤄내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었다.
한...2년 전 부터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것은 "간지나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간지"의 정의는 되게 넓은 범위의 뜻이다. 진짜 외형적으로 간지나고 싶은게 솔직히 0순위다. 내면의 간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외형적인 간지가 최우선이다. 아저씨이고 싶지 않다. 나이는 아저씨여도 패션 감각과 체형 그리고 말하는 센스와 취향 만큼은 간지나고 싶다.
근데 이렇게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돈도 많이 벌고 싶었고 상대적이지만 많이 벌게 되었다. 그리고 멋진 배경도 갖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을 다니는 이유가 그냥 좋은 대학가서 지금까지 가르쳐준 가치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잘하다 보니 그냥 대기업에 다니게 된 그런 시크한 커리어로 보이고 싶었다. 나름 이런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커리어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간지나는 모습과 센스 그리고 커리어 적인 성공도 가진 남자에게 어울리는 멋진 서재와 집도 갖고싶었다. 또한 이런 멋집 외적인 모습보다 더 간지나는 인격도 갖고 싶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먼저 배풀 수 있는 연습도 하고있다. 내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고 그냥 간지나는 남자가 되고 싶어서이다. 근데 이건 하다보니 내가 배푸는 것 보다 더 많은 것들이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며 진심으로 하고있다.
난 지금도 더 간지나는 사람이 되고싶다. 못생긴건 어쩔 수 없지만 간지나는건 조금 결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간지나고 싶다.
최근 내가 집중하는 간지는 "영어" 이다. 작년부터 영어가 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고있다. 근데 나라는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라고 하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지만, "간지"를 위해서라면 생각보다 잘 참고 해내게 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어를 내 "간지" 리스트에 추가했다. 그랬더니 영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기 싫은건 맞지만 그래도 "간지"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의 노력이 가치있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아주아주 솔직하게 간지나는 남자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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