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Jul 20. 2024

6번째 회사 적응기

새로운 회사로 옮긴 지 2달이 다 되어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영어 때문에 힘들다. 다들 뜻이 통하니 괜찮다고 하지만... 그건 영어를 잘하는 니들 얘기고... 솔직히 대한민국 전체로 치면 못하는 편은 아닌데 외국사람 또는 영어권 국가에서 학사 또는 석사를 하고 온 사람들이랑 영어로 얘기하려니 죽을 맛이다.


몇 달 전 혹은 어제의 나보다는 무조건 잘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기서 잘해야지... 그래도 내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가는 것 밖에 방법은 없지만 자신도 없어지고... 작아진다...


그거 빼고는 다 괜찮은 것 같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다만 너무 많은 업무들이 메신저 지옥을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그거 하나하나 읽으면서 따라가는 게 너무 어렵다. 그냥 제발 좀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변해야지...


급여, 명성, 시설, 복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복지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 어제는 전에 없던 윈도우 대란으로... 오후에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아직도 문제인 것 같던데 그래도 대외적인 서비스는 문제없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월요일 출근 했을 때는 제발 잘 됐으면 좋겠다.


어제 와이프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전반적으로 지쳐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유는 항상 더 좋은 것을 위해 도전했기 때문이더라. 익숙하고 편해질 만하면 또 새로운 곳으로 옮겨서 돈도 더 많이 벌고 지금 아쉬웠던 것들을 채우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혹은 지나왔던 곳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그곳에 잘 있다.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난 요즘의 고우석 선수를 보면 그렇게 내 모습 같다. KBO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리그 팀에 갔지만... 서울시리즈 느낌만 보고 본 게임은 밟지도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가서...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됐다. 그렇게 트레이드된 팀에서 다시 더블에이로 강등... 그곳에서 고우석 선수는 하루하루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을까? KBO리그에 있을걸... 메이저리그에는 괜히 왔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혹은 도전 자체는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난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나 같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기에 "지금 내가 힘들지만 난 분명히 이 모든 것을 잘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 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까? 아마... 고우석 선수는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 있을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을 것 같다.


나도 계속 새롭거나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오다 보니... 함께 하는 동료들도 정말 뛰어나고...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매일 난 생각한다.


"난 왜 이거밖에 안될까... 그러면서 이런 욕심을 낸 걸까? 결국 내 욕심이 나를 다 망치고 있구나..."


하지만 도전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전하지 않았으면 그게 더 후회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난 왜 이것밖에 안될까.... 이것밖에 안되면서 더 좋은 것들을 꿈꾸며 사니... 이렇게 힘들지... 나도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여기 있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난 그렇게 사느니 그냥 여기까지만 하고 싶다. 내 한계가 여기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있다.


매일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게 잘못돼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모든 것을 그만하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생 백수일 수 없기 때문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