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내 경험에 의하면 평범한 직장인이 체감할 수 있는 연봉 인상의 유일한 방법은 승진과 이직이다. 사실 그 중에서도 이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난 여러번의 이직으로 연봉 대폭 인상에 성공했지만 "여러번 이직"이라는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네 번째 회사부터는 내가 스스로 지원했다기 보다 커피챗을 통해 입사를 추천받아 진행했기 때문에 이직이 가능했다. 여러번의 이직을 "마케팅을 근간으로 다양한 산업에서의 풍부한 경험"으로 평가해줬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부터 내 커리어는 박살났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박살나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짤리지 않고 계속 근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을 것 같아 오늘의 면접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리멤버를 통한 커피챗 제안 > 커피챗 진행 > 입사 지원 > 실무 면접 이렇게 진행된 프로세스에서 "실무 면접" 이었다. 오랜만에 온라인 미팅이 아닌 직접 사무실을 방문하는 면접이었다.
테헤란로 메인 중의 메인에 위치한 랜드마크 빌딩에 있는 오피스...역시...의미 없는 것을 알지만...의미 없지 않다.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하다. 당연한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이게 쉽지 않다. 그리고 사원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건물 구조에 사내 바리스타가 있다. 죽인다. 너무 섹시 쌈뽕하다.
나름 이런 회사에 안다녀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테일이 다르다.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솟구친다. 가장 중요한 면접을 잘 봤는지 모르겠다.
대학 시절 신입 사원 면접이었다면 스스로 정말 잘 본 면접이라고 평가할 것 같다. 그 때는 면접관 여럿에 지원자 여럿 형태의 면접을 봤기 때문에 사실 나한테 질문이 오는 것 자체가 되게 귀한 시간이다. 그러나 경력직의 경우 지원자 한 명에 면접관 여럿이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느냐는 전혀 중요치 않다. 내가 지금까지 이뤄왔던 성과에 대해 이해를 잘 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들이 "우리가 소통이 되고 있구나" 정도의 느낌을 가질 수 있던 면접이었다.
사실 여러번 면접을 보면서 느낀건데, 소통 자체가 안되는 면접이 있다. 그건 그냥 탈락이다. 소통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면접관이 기대하는 모습이 나에게 없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 내 경력을 보고 궁금한게 없으니, 내가 이뤄왔던 것들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내가 이뤄왔던 것이 뭔지 이해"하는 수준의 질문이 온다. 그리고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도 그들 입장에서 공감이 안되니 질문 자체가 공격적이다. 예를들면 이런 식이다.
"00를 해서 00하셨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00는 전체 시장에서 보면 작은 부분이고 00한 성과는 00가 없었어도 이뤄졌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도 의도적인 압박으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소귀에 경읽기나 마찬가지다. 어떤 답변을 해도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어느정도 소통도 되고 내가 질문에 답변을 잘 못한 것도 아닌데 불합격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내가 면접관일 때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이 포지션에 안맞는 사람"인 것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고 진짜 그냥 "컬쳐 핏"이 문제인 것이다.
이건 사실 문제가 아니고 취향의 차이 같은 것이다. 예전에 정말 클래식한 회사의 팀장을 할 때 여러 면접에 참여했었다. 괜찮은 경력과 능력을 가진 것 같은데, 이 회사의 클래식한 업무 처리 방식에서 그 능력을 전혀 살리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그 분은 합격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분 만큼 능력과 경험은 없지만, 여기서 느려도 차분히 업무를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합격시켰다. 만약 내가 스타트업이나 철저한 성과 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팀장이었다면 후자는 불합격, 전자는 합격의 결과를 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 나는 내 성과를 잘 소개할 수 있었고, 어느정도 공감을 이끌어낸 답변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르겠다. 과연...어떤 결과가 나올지...궁금하다.
결과는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