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인터뷰에 인사이트가 부족하다면, 애초에 목표 정의가 명확했는지 회고해보아야 합니다. 성공적인 고객 인터뷰 기획을 돕는 DMI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고객 인터뷰를 하기 전에 사전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시나요?
고객 인터뷰는 실행과 운영에 품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입니다. 인터뷰이 선정 및 섭외, 스케줄링, 대면/비대면 인터뷰 실행, 인터뷰 녹취록 정리, 인사이트 정리 등등 할 일이 정말 많은 프로젝트죠.
이 때문에 고객 인터뷰 기획에는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는 회사가 많습니다. 이슈가 있거나 니즈를 느끼면 곧바로 인터뷰이 선정 및 섭외부터 들어가고, 인터뷰 질문도 매니저가 직관적으로 써내려가며 준비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고객 인터뷰 사전 기획 단계가 많이 생략되면, 이는 인사이트가 부족한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주 이상 고객 인터뷰에 투입했음에도 제품 개선에 쓸 만한 인사이트가 마땅히 없다고 여겨졌던 적이 있다면, 사전 준비 작업을 체계적으로 하였는지 회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의 첫 단추를 잘 꿰는 작업은 ‘목표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많은 회사가 ‘당연히 고객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객 인터뷰를 우선 진행부터 합니다. 이런 경우 인터뷰의 목표나 목적은 ‘제품 개선에 고객 인터뷰를 반영하기 위해서’가 됩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명확한 인터뷰의 목표가 필요합니다.
회사/사업 차원의 목표 : 이번 인터뷰로 궁극적으로 답을 구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차원의 질문이 무엇인가?
제품 차원의 목표 : 이번 고객 인터뷰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제품 관련 질문은 무엇인가?
인터뷰의 목표 : 위의 상위 질문들을 해결하려면 누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가?
고객인터뷰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백지 상태에서 일단 인터뷰 질문 목록부터 써내려가는 것입니다. 또는 사내 메신저에 ‘고객인터뷰에서 물어봤으면 하는 질문 취합할게요'라면서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팀원들의 질문을 취합하고, 이를 쭉 나열한 질문지를 만드는 것 역시 자주 범하는 잘못입니다.
앞서 강조한 체계를 생각해본 다음, 인터뷰 질문지를 먼저 구조화하는 것이 최상의 인터뷰 결과를 위한 첫 번째 단추를 잘 꿰는 바람직한 출발입니다.
인터뷰 질문 구조화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번 글에서는 ‘D-M-I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DMI 프레임워크란 다음과 같습니다.
D : Directing Question (최상위 질문)
M : Managing Question (상위 질문)
I : Interview Question (인터뷰 질문)
DQ는 인터뷰의 가장 큰 목표를 정의하는 질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인터뷰를 통해 궁극적으로 해소하고 싶은 질문입니다.
CEO, 경영진 레벨에서 우리 사업과 비즈니스의 차원으로 궁금해할 수준의 최상위 구조에 놓인 질문입니다.
“고객은 우리 서비스에서 만족을 얻고 있는가?”
“고객은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경험하고 있는가?”
“우리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객 이탈을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처럼 우리 비즈니스 전체를 아우르는 큼직한 단위의 질문을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최상위 질문은 인터뷰어로 하여금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 인터뷰를 애초에 왜 하는가?
지금 우리가 이 인터뷰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터뷰어 스스로 이런 질문에 최대한 의문점이 없어야, 밀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여 인사이트 풍부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DQ는 한두 가지로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의 인터뷰 프로젝트(ex. 2주간 10명 인터뷰)에서 1개 혹은 2개의 DQ를 해소하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의 비즈니스 우선순위에 따라 리텐션, 유입 등 한 가지 목표에 관한 인터뷰로 포커싱해야 합니다.
MQ는 DQ를 해소하려면 우리가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할지를 정의합니다.
Director가 내린 큼직한 방향성을 Manager가 수행하려면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제를 이행해야 하는지 정의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DQ가 비즈니스 차원의 질문이라면 MQ는 제품/서비스 차원의 질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내가 고객에게 궁금한 것'을 MQ에서 정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DQ를 먼저 명확히 정의한 다음, DQ에 기반하여서 MQ를 정리해야 합니다. DQ가 정의되어 있지 않으면 MQ가 중구난방이 되어서 인터뷰이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MQ의 예시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고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제품을 구매하였는가?”
“고객은 어떠한 경로로 우리 제품으로 유입되는가?”
“고객은 어느 지점에서 왜 이탈하였는가?”
MQ를 정의하는 단계에서 팀원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팀 내 또는 사내 전체 공지를 통해 고객인터뷰에서 해소하고 싶은 가설을 취합하면 됩니다.
이는 고객 인터뷰에 참여하고 싶으나 리소스가 부족해 참여하지 못하는 경영진, 개발자, 세일즈 등 다른 직군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효과를 유발합니다. 이후 고객인터뷰 결과를 사내 공유할 때도 관심을 더 이끌어내고 인터뷰 결과가 적재적소에 더욱 반영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질문'이 아닌 ‘가설'을 취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가설 단계인데 고객의 실제 목소리로 확인해보고 싶은 점을 리스트업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취합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인터뷰에 활용하면 안 됩니다.
IQ는 실제로 인터뷰 현장에서 우리가 던질 질문입니다.
IQ는 MQ를 바탕으로 구체화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MQ가 ‘고객은 왜 이탈하였는가?’라면
IQ는 “서비스를 해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로 이어지게 됩니다.
IQ는 개방형 질문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서비스를 처음 사용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무엇이었나요?”
“이 기능을 사용해보니 어떠셨나요?”
그러나 개방형 질문을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너무 모호한 질문을 하면 안 됩니다.
“저희 서비스가 어떠신가요?”, “저희 서비스의 장단점을 말해주세요.”
이처럼 인터뷰이가 오롯이 서술해야 하는 질문은 인터뷰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들은 이런 질문 상황에 처하면 뭐라도 말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실제 경험이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인 생각을 답변하거나, 또는 반대로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 질문을 구성할 때는 고객의 구체적인 경험과 특정 순간의 기억을 물어야 합니다.
“저희 서비스를 설치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그 기능을 써본 순간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처럼 특정 순간의 상황과 그때 느꼈던 감정, 경험을 소환하는 질문을 영리하게 던져야 합니다.
DMI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고객 인터뷰를 기획하면, 인터뷰를 모두 진행한 후에 인사이트를 정리하여 사내에서 공유하고 활용할 때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고객 인터뷰는 제품 개선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진행하지만, 막상 제품을 개발하다보면 경영진이나 개발자의 생각은 고객의 목소리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팀 내 생각도 전부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겠지만 의사결정에 혼란을 겪거나 일부 구성원이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DMI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고객 인터뷰 기획 단계부터 비즈니스 차원의 최상위 질문을 수립한 다음에 하위 질문으로 가지를 치기 때문에, 제품 개발 및 비즈니스 우선순위 정리에도 유용합니다. 이를 위해 DMI 프레임워크 활용 시 의사결정권자가 먼저 DQ부터 정의하는 작업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