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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한량 Jul 29. 2019

호날두 vs 관중 존중은 없었다. 팀K리그 v 유벤투스

누가 누가 잘 못 했나...

팀K리그 vs 유벤투스...

K리그 팬으로서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계적인 클럽이 한국에 와서 경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단, 어느 한 클럽과의 경기라면...


그 어느 클럽이 됐든, 내 팀보다 우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유럽 한 도시를 대표하는 클럽이 온다고 해서 한 나라 리그의 대표 선수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사대주의의 끝이자, 우리 스스로를 낮추는 코미디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경기장을 향했다.

내가 본 수많은 경기 중 가장 재미있는 경기였다. 이런 경기는 없었고 앞으로도 앞을 것이라 확신하다!




이런 경기는 없었다. 적막한 경기장...


6만이 넘는 관중이 모였다.

흥분과 열정이 넘치고, 에너지가 샘솟는 경기를 상상했다.

6만이 내지르는 함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정막 그 자체... 누군가 슛을 하거나 골이 들어갔을 때만 가끔 환호성이 들렸다.

이렇게 적막한 경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조용해 반대편 골대에 있는 골키퍼의 고함 마자 내가 들렸다...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를 통해 사람들이 K리그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


처음 축구장에 온 사람들은 오히려 축구장은 조용한 곳이구나... 지루한 곳이구나... 재미없는 곳이고 나라라는

생각만 마음속에 가득 품고 돌아갔을 것이다.


만약 팀 K리그가 아니라 특정 팀과 경기를 했다면, 수원블루윙즈와의 경기였다면

수원의 응원이라도 볼거리가 있었을 거라 확신한다.



이런 경기는 없었다. 팀vs팀이 아닌 호날두만 있었던 경기장


축구는 11명과 11명이 공 하나는 두고 싸우는 지극히도 본능에 충실한 스포츠다.

공 하나에 목숨을 걸고 뛰는 그들을 보며 울고 웃는 원초적인 스포츠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상암에 축구는 없었다.


오롯이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라는 사람만 있었다. 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 보다,

전광판에서 웃고 있는 호날두에 모습에 사람들은 웃고 울었다.



그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팀의 선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매주 경기장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서포터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물론, 때때로 감수하기 힘든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적어도 무시를 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날 호날두 외에 모든 선수는 무시받았다.

그건 축구가 아니다. 



이런 경기는 없었다. 모두가 모두에게 존중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호날두는 출전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자신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인사 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잠시라도 그라운드를 돌며 인사하고, 경기 후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출전하지 못했다. 죄송하다.

라는 말 정도만 했어도 사람들이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호날두는 잘 못했다.


하지만, 그날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이 라고 해서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날 호날두 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있었다.

탑글래스 공격수 이과인이 있었고, 전설 부폰이 있어고, 

K리그를 대표하는 이동국, 타가트, 홍철 같은 선수들도 있었다.


이 선수들 누구 하나 하나 무시받을 선수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6만 관중에게 철저히 무시받았다. 존중받지 못했다.

호날두가 전광판에 나오자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야유가 쏟아지고...

심지어.. 메시를 외치기도 했다... 


여론은 호날두가 수많은 관중을, 축구팬을, 대한민국을 무시했다고 난리다.


하지만 그날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은

유벤투스의 선수들을, 박수받아 마땅한 전설을,

내가 지지하는 팀의 선수들과 축구 그 자체를 무시했다.


내가 앉은 곳 뒤에 있던 K리그 팀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사람들이 메시를 소리치자,

'뭐 하는 짓이냐며 부끄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맞는 말이다. 너무나 부끄러운 콜이었고, 선수는 물론 축구라는 문화를 무시하는 콜이었다.


이날의 경기는 축구가 아니 였고, 축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촌극이었다.

그 순간 경기장에 있던 선수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주인공이어야 마땅한 선수에게는 관심도 없고, 고작 벤치 선수 따위에게 6만 관중이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경기를 뛰는 기분은... 아마 유벤투스의 선수들은 다시는 한국을 찾고 싶지 않았을 것이며

팀K리그의 선수들은 자괴감마저 들었을 것이다...


호날두가 그곳을 찾은 팬들에게 존중이 없었다면...

그곳에 있던 팬들은 축구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이날 유일하게 나를 위안 해준건...

경기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한 공간을 채워준 팬들과 함께 해준

유벤투스의 전설 부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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