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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소정 May 13. 2018

고양이 예찬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동물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아니 무서워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거다. 강아지를 만질 수 있게 된 게 몇 년 안 되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기 귀여운 생명체를! 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람은 다르기 마련이랍니다) 고양이는 더더욱. 옆에만 와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제발 저리가”를 연발했던 나다. 그런데 그런 내가 고양이와 한 집에서 살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실 이건 어쩔 수 없이 시작된 동거다. 1년간의 유학을 떠났다가 지난해 말 서울로 돌아왔다. 어마무시하게 오른 전세를 감당할 수 없었던데다, 시집갈 때까지 잔소리말고 집에 붙어있으라는 협박에 집에 반강제하숙을 하게 됐다. 한숨이 나오는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도 함께 살게 된 거다. 방에서 절대 나가지 않으리라 (이건 집에 있어도 있는 게 아니야)

낑낑이 콜라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는 말썽쟁이 볼트
모든 걸 초연한듯 있는듯 없는듯 밀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자꾸만 눈길이 가는 녀석이 하나 있다. 그는 바로 밀키. 사진 속 하얀 고양이다. 요게 요게 요물이 따로 없다. 단계적으로 사람 마음을 파고드는 거다.


1단계. 내가 자기를 무서워 하는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도통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틈만나면 낑낑대는 강아지와 달리 밀키는 혼자서도 잘 논다. 가끔 전선을 씹는 걸 빼곤 말썽도 없다.

2단계. 매력발산. 주특기인 허리 접고 앉아 멍때리기. 소리없이 사라져 대자로 발라당 누워 자기. 이게 바로 나의 귀여움이다!

특기는 멍때리기와 늘어져 자기

3단계. 포인트 애교시전. 누가 불러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귀차니즘과 시크의 대표주자. 그런데 내가 경계심을 푼 걸 알았는지, 나만 집에 왔다 하면 슬금슬금 다가와 다리를 슥 비비고 지나간다. 좀 친해졌다 싶었는지 다음엔 다리 사이를 파고든다. 그 다음엔 내 방 앞에서 생전 그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던 “야옹” 소리를 내는 거다. 문을 열어보면 요염하게 앉아있다. ‘나 들어가도 돼?’ 출근할 때는 현관까지 무려 달려와 ‘발라당’ 자세를 보여준다. 중요한 건 이걸 아무한테나 다 하지 않는다는 거다! 한 사람한테만 보여주는 치명적 애교.



사람도 이렇게 행동하면 예뻐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어느 새 내 마음은 너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면 밀키처럼.

편애란 것은 참 나쁜 거지만 이러다보니 유일하게 내 방에 들어올 수 있는 반려가족은 오로지 너, 밀키뿐.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고양이라니!


그러고 보면 사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항상 옳은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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