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탄자니아
타자라 기차에 오른 지 약 하루. 멋진 풍경이 늘어져 있기는 하나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스쳐 지나가는 타자라 기차를 기다리다, 있는 힘껏 손 흔드는 세 꼬마에게 나 역시 힘차게 손 흔들어 화답한다. 얼마 만에 힘껏 손 흔들어 인사해 보는 것인지... 어쩐지 겸연쩍다.
타자라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한국인 배낭여행자와 독일인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게 됐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는 게 이런 것인가?!" 하고 느끼게 된다.
멋진 풍경이 이 풍경이 되고, 이 풍경이 저 풍경이 되려는 지경에 이를 때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어둠이 깔린 이곳에서 숙소까지 이동해야 했지만, 걱정조차 되지 않는 것을 보니 어느덧 몸과 마음이 아프리카에 적응한 모양이다.
타자라 기차에서 만난 제이콥을 포함하여 잠시 자전거를 내려놓고 배낭여행자가 되어 잔지바르를 여행하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잔지바르에 입국할 때, 여권과 황열병 카드(옐로카드)는 필수다. 황열병 카드를 두고 온 나는,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사정사정하여 잔지바르에 출입할 수 있었다.(필수인 듯, 필수 아닌, 필수 같은 옐로카드)
2011년에 방문했을 때도 몇몇의 한국 사람과 마주치기는 했지만, 지금은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방문하는지, 숙소에 걸려있는 부채와 한글 자막과 함께 나오는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사실 영화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인가, 아니면 불법 다운로드인가는 알 수 없는 대목이긴 하다.
검은 해안 잔지바르, 티 없이 맑은 바다와 매일같이 야시장이 열리며, 아프리카 속 아랍풍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여전히 자신의 색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2박 3일 동안 잔지바르에서 시간을 보내고,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나는 잠시 동안 팀을 이탈하여 홀로 여행하기로 했다. 5년 전 잔지바르를 일정기간 투어 한 경험이 있어, 킬리만자로 등반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팀원 모두와 함께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고 싶었지만, 등반을 위해서는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고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킬리만자로에 뜻이 없는 팀원을 단순 계기로 설득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끝까지 함께 킬리만자로 산행에 대해 고민하던 강대원과 정대원은 잔지바르에 남아 일정 시간을 더 할애하기로 했고 나는 먼저 모시(Moshi)로 이동해, 킬리만자로 산행을 마친 후 다시 팀원과 재회하는 것으로 입을 맞췄다.
이로써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부터 모시(Moshi)까지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팀원들과는 잠시만 안녕이지만, 보다 풍부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기에 약 550km의 여정이 망설여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