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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Jun 08. 2018

여행이 망설여진다면

#19. 에필로그

계획했던 1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서있는 우리.

우려가 반이었던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의미겠지. 해냈다는 의미겠지.

"이 모든 게 꿈이었나?"

"응, 우리가 바랐던 꿈이었지."

100일에 걸쳐 남아공에서 케냐까지 왔건만, 4시간 조금 넘는 비행 끝에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남아공에 도착했다. "비행기 참 좋다." 어쩐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금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니,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계속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미 없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번 여행을 차근히 머릿속에서 정리해 나갔다.

"그래, 도전하지 않았다면 반복되는 일상의 그리움을 알지 못했을 거야." 그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반복되는 삶에 지쳐있을 나. 해보지 못한 것에 후회하고 있을 나. 남과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만 낮아져 있을 나. "그래, 조금 늦어도 괜찮아, 빨리 도착하는 게 전부는 아닐 테니까"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가, 자전거를 타고 100일에 걸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방법에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멈추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원하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인생도 그런 것은 아닐까?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인생을 살면 그만이다. 적어도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속도가 아닌 방향'이란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만약, 두려움에 막혀 이번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매일 맞이하는 저녁 하늘이 이렇게나 밝게 빛나고 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에 살면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자연으로부터 선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통해 맺어진 친구들과의 인연은, 서로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힘이 되어줄 것이고, 보고싶었던 옛 친구와의 재회는 일상으로 돌아가 더욱 성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야생동물과 마주친 특별했던 순간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외롭고 힘든 순간을 극복하게 해줄 회고가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이들이게 받은 도움으로부터, 나 역시 도움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데 큰 영향을 받았다. 쑥스러움에 망설이기보다 적극적으로 도움 주는 사람이 되도록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감사한 나날들이었다.

먹을 수 있어 행복했고, 탈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열정적으로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했던 나날들이 가져다준 모든 경험의 결과. 도전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에 없었을 보배로운 것들이다.

즐거운 순간은 물론이거니와 지치고, 힘들고, 춥고, 배고프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 쓰이거나 수고로웠던 모든 순간을 포함. 정리하자면 선물 같은 시간을 함께한 두 동료, 강대원과 정대원에게 무엇보다 감사하다.


어떠한 도전에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다다르기를 소망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도전으로 잃을 무언가를 걱정할 필요 없다.

도전을 통해 얻을 값진 것들이 더욱 많기에.


100일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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