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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꾸미 May 16. 2022

정서적 공허함을 채우는 추앙

‘나의 해방일지’ 리뷰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사랑으론 안 돼.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라고 말하는 그녀의 외침이 이리도 사무치게 와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사랑에 환상이 있지만 그것이 그저 환상일 뿐이라는 것도 안다. 사랑도 어찌 보면 인간관계의 연장선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라고 대답한다.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 사람이 나와 어울릴까, 시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연애도 서로에게 “이득”이 되어야 유지될 수 있는 관계다. 부모님의 사랑도 무조건적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어딘가 한편에 채워지지 않은 결핍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는 미정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정서적 공허함이 추앙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나도 무언가 아주 열렬이 추앙하고 싶어 진다.


나는 갈망하다 뒈질 거야.. 사랑을 줘.... 나도 줄게... 더 줘... 나도 더 줄게... 선물 따윈 필요 없어. 이벤트 따윈 필요 없어. 그냥 사랑만 줘.. 배고파.. 더 줘, 더.. 더... 세상 사랑을 다 쓸어 모아도 안 채워질 거다. 너는.. 나처럼 갈구하지 마. 너 남자 있지? 다 줘.. 전사처럼 다 줘. 사랑으로 폭발해 버려. 절대 나처럼 갈구하지 마...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된 결핍과 함께 사랑받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더 많이 사랑하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것이 약점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사랑은 종종 “사냥하는 것”에 비유된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아야 하는 일종의 심리게임. 상대방이 떠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속마음을 읽을 수 없게 해야 한다. 사랑을 받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해졌다. 차라리 누군가와 친해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관계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미정이 구 씨에게 “투명해”라고 말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난 그 말을 이해 못 해. 심장 뛰게 좋다는 말... 그 정도로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고 그렇게 좋았던 적도 없지만, 내가 심장이 막 뛸 땐 다 안 좋을 때던데.... 당황했을 때, 화났을 때, 백 미터 달리기 하기 전... 다 안 좋았을 때야.. 한 번도 좋아서 심장이 뛴 적이 없어.. 정말 좋다 싶을 땐 반대로 심장이 느리게 가는 거 같던데.... 뭔가 풀려난 것 같고... 처음으로 심장이 긴장을 안 한다는 느낌?!
자꾸 답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두고 봐라, 나도 이제 톡 안 한다' 그런 보복은 안 해요. 남자랑 사귀면서 조용한 응징과 보복 얼마나 많이 했게요.. 당신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아요. 그냥 추앙만 해도 되니까.. 너무 좋아요.


추앙이 뭘까? 추앙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Respect, Worship, Reverence다. 우리 집 강아지인 초롱이는 나에게 추앙을 가르쳐준다. 초롱이는 내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늘 조용히 다가와 내 곁을 지킨다. 심지어 내가 자기를 어떻게 바라볼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며 감정표현에도 솔직하고 심지어 과감하다. 자신이 사랑받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내 손에 자기 머리를 갖다 대며 만져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 얼마나 나약하고 용감한 전사의 모습인가.


너무 외로워


30년 만에 처음으로 친구 앞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다. 금기어를 말해버린 것 같았지만 그 단어를 뱉어냄과 동시에 엄청난 해방감이 느껴졌다. 철없던 시절, 어머니에게 생떼를 쓰던 어린아이가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행복한 것 같다. 몸만 컸지, 마음은 원래 자라는 게 아닌 것이었을 수도. 인생이란 성장하는 게 아니라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 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진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 한 번 만들어 보려고요. 그런 사람을... 상대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 그냥 쭉 좋아해 보려고요. 방향 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서로를 추앙하면서 점차 변화되어 가는 미정과 구 씨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인간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타버릴 듯이 사랑하고픈 날 것의 본능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앙은 쉽지 않다. 추앙의 본질은 받기를 바라지 않고 오직 주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에 사랑을 갈구하는 인정 욕구부터 해결해야 한다. 상처로 인해 생긴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서로를 추앙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자연은 인간을 추앙한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이미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자연으로부터 사랑을 느끼고 채워서 그 받은 사랑으로 누군가를 조건없이, 아낌없이, 남김없이 응원하는 것. 그렇게 난 영혼이 살아있는 따뜻한 여전사가 되고 싶다.




잔나비- She​


She is everything to me

지친 나를 감싸 안아줄 그대

나를 반겨줄 천사 같은 이름

Ooh-ooh-ooh-ooh-ooh-ooh-ooh-ooh, she

She 그 미소 위로 닻을 내리고

내 하루가 쉬어가고

She 어떨까요 그대 없는 나는

All of my life is you


무지개가 떨어진 곳을 알아

내일은 꼭 함께 가자는 그녀

내 손을 감싸 쥐는 용감한 여전사여

Ooh-ooh-ooh-ooh-ooh-ooh-ooh-ooh, she

She 그 미소 위로 닻을 내리고

내 하루가 쉬어가고

She 어떨까요 그대 없는 나는

All of my life, all of my life is you

She 어떤 밤에는 그대와 나는

길을 잃고 헤매겠지

She 걸음 맞춰서 걷다가 보면

All of my life i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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