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때론
셔터를 반드시 눌러야만 할 거 같은 결정적 순간을 만난다.
그래서 사진 찍는 걸 시작했고, 종종 담아내기를 즐겼다. 그런 순간을 네모난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는 건 설렘, 곧 대상을 사랑하는 시선이 아닐까.
올 해 가을은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나보다.
가뜩이나 소박한 가을은 비를 머금지 못해 단풍의 빛깔을 자랑할 수 없었단다.
가을이 머금은 빛과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싶었던 찬란한 아름다운 그 순간.
가을이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서정적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어울리는 계절.
당신의 가을 날도 아름다운 열매 맺기를.
가을이 맺혔습니다. 당신 마음에 몽글거리는 붉은 빛은 무엇인지.
손을 뻗어 그대에게 닿을 듯한.
그대를 져버리지 않음은,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습니다.
수없이 맺힌 이 열매들은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지요.
천천히 걷다보면, 우리는 대상을 사랑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요.
떨어진 낙엽도 이렇게나 고고하고요,
그림같이 아름다운 선은 하늘을 도화지 삼아.
가을의 색도, 당신의 색도 다양하기만 합니다.
그대, 한 숨 쉬어갈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빛을 한껏 머금고, 어쩌면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거겠죠.
바람 결에 하늘거렸던 가을의 소리와,
유연하게 흐르던 투명한 가지와,
바스락 거렸던 길가의 낙엽과,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날.
길가에 핀 꽃도 충분히 좋은걸요.
당신, 마음 닮은 동그란 열매.
둥근 달 맞을 준비하자며 소근거리던걸요.
한껏 마음에 담으세요.
빛나는 가을의 편지를.
2015. 가을 스케치
글, 사진. SHIN JI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