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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Apr 29. 2020

밑바닥 인생의 구원

버팔로66, 스토리와 연출의 하모니


개요 

   『버팔로66』은 밑바닥 양아치의 사랑을 다룬 다소 식상한 스토리의 영화다. 게다가 복잡한 설정이나 설명없이 단순한 이야기는 다소 과격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이러한 과격하고 단순한 스토리를 오히려 그럴듯하게 해준다. 단순한 스토리는 ‘밑바닥 인생의 사랑을 통한 구원’이라는 플롯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환상적인 분위기는 이 영화의 독특한 기법인 과거 인서트 컷과, 뮤지컬 장면을 통해 형성되었다. 또한 포지티브 필름을 통해 제작되어 채도와 대비가 강한 화질 또한 이 영화에 환상성을 더해주었다.


감독, 플롯, 연출

    『버팔로66』은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빈센트 갈로의 장편 대뷔작이다. 빈센트 칼로는 감독이면서 주연배우로 출연하고, 각본과 음악까지 직접 담당했다. 버팔로66 1998년 선댄스영화제와 1999년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각종영화 잡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버팔로66』은 밑바닥 양아치의 사랑을 다룬 많은 다른 영화들의 서사구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초록물고기』, 『내 깡패 같은 애인』, 『파이란』 과 같은 영화들의 서사구조는 절망속에 살아가는 양아치에게 사랑이 찾아오며 믿을 수 없는 그 사랑이 밑바닥 인생에 구원이 된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버팔로66』은 특유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적이면서도 연극적이다. 영화적인 부분은 인서트 컷이다.  과거의 장면을 대사나 나레이션으로 설명하지 않고 직접 보여준다. 다소 일 차원적이지만 주인공의 감정정에 더 쉽게 이입시킨다. 연극적인 부분은 주인공의 아버지 지미 브라운의 노래, 여 주인공 라일라의 탭 댄스 씬 등 핀 조명 아래서 배우가 노래하거나 춤추는 장면이다. 화면이 어두워지고 핀조명으로 배우를 비추는 뮤지컬 적인 장면들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며 관객이 영화에 감정적 거리를 두게한다.

 

줄거리 - 욕망과 장애물의 상호작용

    버팔로66의 서사는 욕망과 장애물의 끊임없는 대결이다. 주인공이 욕망하는 모든 것에 장애물이 가로막는다. 장애물 앞에서 전전 긍긍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동시에,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요인이된다. 욕망과 장애물의 작용을 통해 아래 줄거리를 본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빌리는 소변이 급하다. 교도소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었던 그는 화장실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어느 댄스 강습소로 숨어든다. 그러나 게이의 방해로 그 곳에서도 볼일을 해결하지 못한 빌리. 결국 소변보는 것을 포기하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건다. 동전이 없었던 빌리는 지나가던 레일라에게 돈을 빌린다.


     오랜만에 집에 찾아가겠다는 빌리에게 부모님은 아내를 데리고 오라고 한다. 난처한 빌리는 레일라를 납치한다. 그런데 빌리의 행동이 어설프다. 다짜고짜 차가 더럽다고 차를 닦기도 하고, 자신은 스틱을 운전하지 못한다면서 납치된 레일라에게 차를 운전하도록 시킨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도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하기도 한다. 아무런 장금 장치 없이 레일라를 차에 두고 소변을 누러 다녀오기도 한다. 레일라에게 심한 욕을 하며 협박하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바보 같은 모습이다. 레일라도 마찬가지이다. 빌리의 강압적인 태도에도 전혀 저항을 하지 않으며 불쾌한 표정과 달리 모든 요청을 수용한다. 소변을 누고 온 빌리의 태도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너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는 거야.라고 말하며 친구가 되는 것을 강조한다그러면서 빌리는 레일라에게 웬디 발삼이라는 가명을 쓰도록 요구한다. 


     빌리의 어머니는 미식축구팀 버팔로 빌스의 광 팬이다. 빌리는 버팔로 빌스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1966년 우승 경기날에 태어났는데 빌리의 어머니는 그 때문에 경기를 못 봤다며 두고두고 빌리를 원망했다. 왕년의 가수였던 빌리의 아버지는 빌리가 테이블 나이프를 자기 쪽으로 둔다며 화를 낸다. 


     빌리의 부모님 앞에서 레일라는 빌리를 사랑하는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빌리는 레일라에게 내 아내 역을 확실하게 연기해아내라 함은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나 없이는 못사는 그런 거라고 말했는데 레일라는 마치 무슨 주문에 걸린 것처럼 빌리의 주문을 완벽하게 따른다. 심지어 빌리의 어머니 앞에서 빌리가 제 눈엔 최고로 잘 생긴 걸요.라며 빌리의 외모를 칭찬하고, “빌리 같은 남편을 만나서 행운이라며 빌리를 칭찬한다. 있지도 않은 빌리와의 러브스토리를 지어내 말하기도 한다. 이는 초콜릿 알레르기가 있는 빌리에게 초콜릿 도너츠를 권하고, 빌리가 머리 기른 꼴은 못 봐주겠다고 말하는 빌리의 어머니와 대비된다.


     한편 빌리는 친구를 통해 전 버펄로 팀의 선수였던 스콧 우즈의 소재를 찾는다. 과거 빌리는 미식축구 도박에서 버펄로 팀의 우승에 돈을 걸었다가 스콧 우즈가 결승골을 놓치는 바람에 돈을 잃었다. 그 돈에는 폭력배의 자금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책임을 지고 범죄자 대신 감옥에 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꼬인 게 스콧 탓이라 생각한 빌리는 복역 당시부터 그를 죽이는 것만 생각했다. 


      두 사람은 빌리의 집에서 나와 스콧이 퇴근한다는 새벽까지 볼링장,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낸다.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은 빌리를 알아보는 한 여자와 마주치는데, 그녀는 스스로를 웬디 발삼이라고 소개한다. 웬디는 레일라를 의식했는지 빌리가 어릴적 자신 주위를 어슬렁거렸다며 자극한다. 그녀는 빌리의 첫사랑이었다. 그녀 옆에는 댄이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비참해진 빌리는 화장실에서 살고 싶지 않다며 괴로워한다. 화장실에서 나온 빌리는 레일라를 데리고 도망치듯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모텔로 이동한다.


     알고 싶다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레일라에게 빌리는 웬디를 짝사랑했던 이야기를 고백한다. 그는 한번도 여자를 만난 적도 없었다. 레일라의 스킨십을 불편할 정도다. 같이 목욕하자는 레일라의 요청도 거부한다. 레일라는 빌리가 거부하는데도 빌리가 들어간 욕조에 따라 들어가고, 빌리가 침대에 눕자 그 옆에 눕는다. 빌리는 조금씩 다가오는 레일라에게 위로를 받는다.


      마침내 새벽이 되자 빌리는 스콧을 살해하기위해 모텔을 나선다. 레일라가 어디로 가는 지 묻자 빌리는 커피를 사러 간다는 핑계를 댄다. 떠나는 빌리에게 레일라는 핫 초콜릿을 부탁하며 말한다. 

“나 네가 정말 좋은데, 돌아오지 않으면 슬플 거야.” 빌리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다.


    스콧이 운영하는 스트립클럽으로 간 빌리는 총으로 그를 쏜 뒤 자살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죽은 뒤에도 전혀 슬퍼하지 않을 부모를 떠올리고 돌아선다. 빌리는 친구 로키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가 생겼다고 자랑하며, 우즈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좋은 선수였는데 한번의 실수로 모두가 등을 돌린 것이라며 사실상 그를 용서한다. 스트립클럽을 나온 그는 카페를 들른다. 핫 초콜릿을 사던 그는 하트모양의 쿠키를 발견하고 함께 주문하는데, 혼자 커피를 마시던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고 “먼저 먹지 말고 여자친구에게 주세요”라며 그 남자를 위한 쿠키도 함께 계산한다. 핫 초콜릿과 하트모양 쿠키를 구매한 빌리는 레일라가 기다리는 모텔로 돌아간다.


 밑바닥 인생의 구원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남자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이야기는 로멘스 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이다. 잃을 게 없는 오늘만 사는 사람에게 사랑이란 일종의 장애물이자 구원이다 『초록물고기』에서의 한석규(막동役),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박중훈(동철役), 『파이란』에서 최민수(강재役)가 오늘만 사는 밑바닥 인생이었다. 이들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뜻하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은 대체로 이루어질 수 없는 대상이며, 그 사랑으로 인해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결국엔 그 사랑 덕분에 삶의 이유를 발견한다. 


    『버팔로 66』도 위의 서사구조를 따라간다. 감옥 수감 5년 만에 출소한 빌리 브라운은 부모님께는 CIA에 취업해서 떠났다는 거짓말을 했다. 집에 들를 수는 있지만, 지낼 곳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부모도 그에게 관심이 없다. 집안 사진첩에 빌리의 사진이 없고, 빌리가 어릴적에 초콜릿을 먹고 응급실에 실려간 것도 기억 못한다. 게다가 버팔로 미식축구팀의 광 팬인 그의 어머니는 빌리가 버팔로 팀이 우승한 날 태어나서 우승경기를 놓쳤다며 그를 미워하기도 한다. 빌리의 아버지는 괴팍한 성격으로 빌리가 테이블 나이프를 그가 있는 방향으로 놓은 것만으로도 화를 낸다. 어린 빌리가 키우던 강아지를 집에서 오줌을 쌋다는 이유로 내다 버렸다. 그런 가정에서 빌리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빌리는 갈 곳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다. 


     영화에는 수많은 오늘만 사는 사람이 등장하며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잃을 게 없기에 복수에 눈이 멀어 있다. 그러나 복수는 삶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복수의 이후에도 그들의 삶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 복수는 그저 그들의 삶을 연장시킬 이유일 뿐이다. 이 때 그들에게 사랑이 다가온다면 그들의 목적은 흔들리고, 새로운 삶의 이유가 생긴다. 


     빌리는 버팔로 미식축구팀의 스콧 선수 때문에 자신이 감옥에 갔다고 생각하며 그를 죽이겠다는 복수심에 차 있다. 삶의 의욕이 없는 그에게 스콧에 대한 복수는 유일한 목표이다. 어쩌면 목표가 없기 때문에 스콧에게 복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스콧을 죽이겠다는 것은 빌리의 최종 목표이지만, 그 전에 여러가지 지엽적 목표가 있었다. 첫 번째는 화장실 찾는 것. 소변이 급한 빌리는 화장실을 찾다가 레일라를 만난 춤 학원으로 들어간다. 두번째 목적은 부모님을 만나는 것 빌리는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레일라에게 동전을 빌리고, 아내와 함께 찾아오라는 부모님의 요청에 레일라를 납치한다. 소변을 해결하고, 부모님을 만나고 온 뒤부터 빌리는 스콧에 대한 복수를 준비한다. 그는 스콧을 죽이고 자신도 죽을 계획이다. 스콧에 대한 복수가 코앞에 다가오자 그는 무너진다. 


     절망의 순간 그의 옆에 있었던 것은 레일라다. 레일라는 빌리에게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을 보낸다. 이는 인질이 범인에게 동화되는 것을 일컫는 스톡홀롬 증후군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빌리에 대한 레일라의 사랑은 구원에 더 가깝다. 빌리는 애초부터 훌륭한 납치범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빌리는 레일라에게 “친구가 되는 것”과 “자신 만을 바라보고 사랑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인지 빌리에 대한 레일라의 무조건 적인 사랑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빌리에 대한 레일라의 비현실적인 사랑을 납득시키는 장면은 레일라의 탭댄스 씬이다. 레일라는 빌리와 함께 간 볼링장에서 킹크림슨의 <문차일드> 곡에 맞춰 탭댄스를 춘는데 이 장면에서 레일라 내면의 외로움과 슬픔이 드러난다. 영화에 갑작스럽게 삽입된 탭댄스 장면은 영화를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게 하며, 이 연극적인 느낌으로 인해 시청자는 몰입에서 깨어나고, 영화를 현실이 아닌 창조된 작품으로 인식한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스토리의 그럴듯함 즉 인과성은 중요치 않게되고 레일라의 비현실적인 사랑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가장 사실적인 색체의 포지티브 필름과 연극적인 느낌을 주는 댄스 장면, 그리고 연출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과거 회상씬이 대비되어 영화는 가상과 현실이 오버랩 된 일종의 판타지가 된다. 덕분에 절망적인 빌리의 상황,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는 레일라 모두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며 "밑바닥 인생의 구원"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모두 아슬아슬한 기반위에 서 있다. 죽음 외의 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소중한 것들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기에 지킬 게 없는 밑바닥 인생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밑바닥 인생에게 새로 지켜야 할 것을 만들어 주고 살고 싶게 한다. 그래서 많은 영화들이 밑바닥 인생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서사를 사용하였다. 버팔로66은 밑바닥 인생이 구원받는 서사를 가장 일차원 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며, 독특한 연출은 서사과 묘사의 단순함을 오히려 더 강렬함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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