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배농사 짓는 농민들이 자조적으로 쓰는 말이다. 일상적 배 소비는 줄고 제사용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제수용 과일이지만 사과는 제사가 아닌 일상에서도 많이 먹는다. 섬유질이 많고 아삭한 맛에 젊은 여성층에서도 자주 먹는다고 한다.
올해 사과 값이 역대 최고란다. 농가 입장에서는 경사가 날 일이지만 농가들도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어차피 팔 사과도 별로 없다. 사과보다 가격이 더 오른 건 배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사과는 134%, 배는 144% 올랐다. 하지만 아무도 배값은 신경 안쓴다. 저명하신 일간지 기자님들은 사과값만 올랐다고 쓴다.
귀신은 곡하고 있다. 배값이 비싸니 평소 같으면 많게는 5개, 적어도 3개는 제삿상에 올라왔으나 지난 구정부터는 한개만 올라온다. 닝기리 귀신만 서럽다.
사과, 배가 지난해 이상기후(기후위기 아님)로 냉해가 심했고 화상병까지 극성을 부렸다. 생산량이 30%까지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딸기도 올 겨울 잦은 비와 눈으로 일종량이 부족해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 감귤로 소비가 전환되면서 가격이 뛰는 도미노현상이 재현됐다.
사과, 배값이 뛰는 게 농식품부 잘못인가? 냉해가 농민들이 게을러서 일어난 일인가?? 이번 사과값 폭등으로 대한민국이 배워야 할 교훈은 단 하나다. 국내 농업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어떤 꼴이 발생하는지를. 사과였으니 다행이지 쌀이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역시나 농식품부는 수입과일 할당관세 확대를 들고 나왔다. 바나나, 오렌지를 만톤 확대하고 만다린과 두리안도 수입을 늘린다.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수입이 다다. 솔직히 이해한다.
올해는 추석이 9월 중순으로 예년보다 빠르다. 추석 때 사과 부족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도 올봄 사과 농가들은 적과를 많이 하지 않고 과실을 많이 달게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과가 부족하고 중소과가 많을텐데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귀신이 먹는 과일이 귀한 대접을 받지만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