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값이 비싸다는 기사가 2017년 8월 1일자로 언론에 실렸다. 기사 내용은 폭염·폭우 속 치솟는 채소값에 상추쌈은 사치라며 상추·오이값이 한 달 사이에 2배가 올랐고 농산물가격은 평균 9.8%로 상승했다는 것. 딱 1년 후인 지난 7월 31일에는 오이값이 폭락해서 농가들이 산지 폐기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길래 가격이 요동을 치는 걸까.
2017년 7월에는 장마가 올해보다 훨씬 길었고 폭우도 잦아서 충청, 경기 지역의 오이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곳도 많았고 노지재배도 피해가 생기면서 생산량이 줄어서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와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는 장마도 짧고 불볕더위가 지속하면서 오이 성장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으면 오이의 성장이 더디지만, 강원도 횡성 등의 고랭지에서는 낮에는 온도가 높고 밤에는 시원해지면서 오이 생육이 좋아졌다. 오이는 흔히 돌아서면 자란다는 표현을 농가들이 쓴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이값이 올랐으니까 올해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늘렸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배면적은 그렇게 늘지 않았다. 농업관측센터에서는 올해 재배면적이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오이 가격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자식같이 키운 오이를 폐기하는 일이다. 면적을 늘린 것도 아니고 재배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닌데 기후로 인해 오이 생산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니 인간은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다.
농산물의 가격변동을 설명하는 경제이론 중에 거미집이론이 있다. 거미집이론은 1934년 미국의 계량학자 W.레온티예프가 정립한 이론으로 수요와 공급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가격변동을 규명한 이론이다.
거미집 이론은 가격변동에 대해 수요는 즉각 반응하나 공급은 시간차를 두고 반응하는 상품의 경우, 가격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마치 거미집과 같은 모양으로 시장 균형에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즉 소비가 늘어 오이 가격이 올랐을 때 농가들은 오이를 즉각 공급하지 못하고 오이를 재배한 후에 공급하게 되면 공급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게 되면 농가들의 적정 수요를 파악하고 공급을 맞춰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 오이 사태를 보면 거미집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기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가들이 가격이 올랐다고 오이 재배면적을 늘린 것이 아니라 불가항력으로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오이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격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엔 오이냉국으로 인해 소비가 꽤 늘어나는 편인데 폭염과 경기문제로 외식이 줄면서 오이 소비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이 생산농가들은 낮에는 오이를 수확하고 저녁엔 수확한 오이를 크기대로 선별해 한밤에 가락시장 등의 도매시장으로 출하하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오이 시설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오이 수확시기에는 저녁은커녕 밤도 없는 삶을 보내야 한다. 불볕더위에 수분보충은 오이로 하는 것이 농가도 살리고 몸도 살리는 길 아닐까.
새파란오이부터 늙은 오이까지: 오이 품종이야기
오이는 크게 취청오이와 다다기오이로 나눈다. 여기에 가시오이와 여름철에 많이 먹는 늙은 오이가 있다. 취청은 겨울철에는 남부지방에서 여름철에는 강원도에서 주로 재배한다.
취청은 껍질이 두꺼워 오이지보다는 샐러드나 오이무침, 소박이 등에 쓰인다.다다기오이는 봄, 가을 재배에 적합하면 충청 등 중부지방에서 많이 재배한다. 오이 상단은 녹색이지만 중간부터는 점점 흰색으로 옅어진다. 다다기는 오이지, 오이장아찌, 소박이 등 다양하게 소비된다.
가시오이는 봄철부터 여름에 재배되는 오이로 경남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오이표면에 가시가 오돌토돌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늙은오이는 노각이라고 불리며 노각 전용품종도 따로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다기 오이를 수확하다가 곁순을 잘라낸 후 놔두면 오이가 2~3배 커지면서 누렇게 변한다. 충남 부여에서 많이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