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산다는 것
내 최애 시트콤 중 하나인 미란다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세 번째 정주행을 마쳤다. 내가 키 185cm 34세의 주인공 미란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이에 맞지 않는 순수함을 가진 어른이기 때문이다. 취미는 과일 친구들과 놀기, 비스킷으로 눈보라 놀이하기, 샤워기로 물 맞기 놀이하기. 특기는 진지한 상황에서 노래하기, 시청자들에게 말 걸기, 떨리면 헛소리하기. 당신은 처음에 내가 그랬듯이 이 사람 뭐야? 했다가 미란다에 점점 스며들 것이다.
근데 무엇보다도 날 끌리게 하는 요소는 단순하고 유쾌한 인생을 사는 그녀의 삶의 방식 때문이다. 반대에 끌리는 게 맞는 건지 나는 그녀가 나와 달라서 좋다. 나는 뭐 그리 심각해? 별일 아니야. 라는 위로를 참 많이 들어봤다. 매사에 너무 진지해서 친구들이 버거워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슬퍼한다. 완벽해야 하는 건 왜 그렇게 많은지 삶이 피곤하다. 하지만 30년 넘게 살아본 결과, 세상살이에 적당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건 좋지만 가이드라인 밖을 나갔다고 해서 죽는 것처럼 생각하면 삶이 팍팍해진다. 어차피 완벽함이란 단어로만 존재하는 것일 뿐.
나와 달리 미란다는 인생을 농담하듯이 산다. 그녀는 웃긴 농담으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내가 깔깔거리면서 웃은 에피소드 중의 하나는 가구 판매점에 침대를 보러 갔다가 생긴 일이었다. 미란다와 얘기 중인 점원이 다른 곳에 잠깐 간 사이에, 어떤 손님이 미란다를 점원으로 착각한다. 아니라는 말을 믿지 않아서 그대로 남의 이름표를 단 점원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웃기게도 그냥 거기서 하루 동안 일을 한다. 다른 점원들에게 농담도 던지는 여유까지 있다. 시트콤에서 미란다는 연애도 결혼도 못하고, 나이만 많고, 몸집이 크다고 엄마나 친구들에게 구박을 받지만 그녀는 여기에 위축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미란다는 보기와는 달리 세상에서 제일 센 거 아닐까.
나는 매번 미란다를 보며 "저렇게 살면 진짜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다. 이런 농담같은 삶이 때로는 필요했던 게 아닐까. 바지가 찢어져도, 분수의 물을 맞아도, 장례식에서 말실수를 해도, 가게가 넘어가게 생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 미란다의 될 대로 되라는 마인드는 오히려 성인(聖人)의 포스까지 느껴진다. 세상의 원리에서 본다면 그녀는 현존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화가 나는 일이 생길 때 가상의 카메라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웃어보라고 했다. 그때는 저게 뭔소리야? 했지만 미란다를 생각하면 단 번에 이해가 된다. 그녀처럼 살고 싶다. 남이 어떻게 보든말든 뭐라 하든말든 농담으로 삶을 메꾸고 싶다. 그래서 일단 입꼬리를 올리고 웃어야겠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이유없이 웃으면 행복할 이유가 생긴다. 이유없이 이상한 게임을 하는 그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