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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 Dec 26. 2023

갓생의 삶을 포기하기로 했다

미라클 모닝을 그만두며

 나는 갓생의 삶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되는 나의 인생이 내 의지라기보다 사회적 유행에 따른 것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얼마전까지 나는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열혈 갓생러로 살아왔다. 매일 오전마다 차를 우려 마시고 명상을 하고 영어공부를 했으며 책을 읽고 기록했다. 일어난 시간과 읽은 책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응원해주었다. 완벽해보이는 외부와 달리 내면에서는 이 서너가지의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지 못하고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끼워맞춘다며 저항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나로서는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하루를 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오전 6시 30분을 무조건 사수해야한다며 집착하듯 미라클 모닝을 해온 사실을 인정하지만 전부 나의 성장을 위한 행동이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믿어왔다.


 엊그제 밤, 명상을 하던 중에 느닷없이 정서적으로 지쳐있다고 말하는 내면이 튀어나왔다. 이날 역시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가장 완벽한 하루를 보냈고 아무 사건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말을 건냈다. 왜 그래?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고 그 시간 덕분에 많은 성장을 이뤄냈는데 뭐가 문제야? 내면의 조각은 아주 예전부터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랐는지 기다리기라도 하듯 나에게 말했다. "너는 너를 위한 성장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외부적으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성장처럼 느껴졌어. 나는 불완전한 그대로 사랑받고 싶은데 너의 행동은 더 나은 내가 되어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 나는 그제서야 억지로 기상할 때 느껴지던 불편하고 초조했던 감각의 이유를 찾게 되었고 그 마음을 인정해주니 이런 진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맞아. 나는 6시 30분에 일어나고 싶지 않아. 오전형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일찍 일어나고 싶지는 않았어. 너는 위대한 하루를 살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하루는 오전 9시 30분에 일어나던 11시에 일어나던 똑같이 존중받는 삶이야. 진정 바라는 건 늦잠을 자서 영어공부를 못해도 때로는 모든 게 지겨워서 손을 놓아버려도 끈기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런 나도 받아들여주는 거였어. 


 나에게 필요한 건 허울좋은 갓생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자기수용임을 뚜렷하게 자각했다. 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인정하는 순간이 찾아오자 나는 편안하고 자유로워졌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록 뒤쳐질지는 몰라도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꽉 조여맨 끈이 사라지고 내 앞에는 해방감이 펼쳐졌다. 남들과의 비교도 부지런하지 못하다는 질책도 내게는 없었다. 그저 숨을 쉬고 내뱉는 것만으로도 이 순간 살아있다는 위대함이 찾아왔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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