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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만장자 홍사장 Dec 22. 2018

이 빌어먹을 두통이 사라졌으면

그냥 내가 바뀌면 될 것을..

나의 하루는 일명 '쪼개기'를 하여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4:00AM ~ 7:00AM: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기

•7:00AM ~ 18:00AM: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18:00AM ~ 자기 전까지: 남편과 아빠로서 살아가기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그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시간을 나누어 그 순간순간에는 그 과업에 집중하려고 했다. 어느 정도 반복적인 삶이 안정화되어 루틴이 되어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하루에 세 번이나 직업이 바뀌는 일은 정신력이 그나마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는 오직 나만을 위해 창작활동에 집중을 하고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하는 출근길에서도 나를 위한 독서는 이어졌다. 하지만 회사 정문을 지나는 순간부터 나는 ID카드를 목에 건 직장인으로 변신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 위를 떠다니는 새들처럼 자유로운 사고와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계획하고 있었는데..갑자기 딱딱한 벽에 갇힌 채 눈앞에 떨어진 지시사항만을 따라하는 하나의 기어바퀴로 변모해있었다. 나 하나가 삐끗하면 옆 사람이 피해를 본다. 상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쉬는 꼴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가 쉬면 그만큼 자신이 힘들 테니 말이다.


 매일 아침마다 이유 모를 두통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난 것에 대한 부작용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습관화되면,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자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두통. 이것은 어지러움이나 골치가 아픈 것은 아니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에 알러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아침마다 머릿속에 삐걱삐걱 조각을 맞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빠르면 새벽3시,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처음에는 할 엘로드의 <미라클모닝> 저서를 읽고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호기심에 일어나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기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술 한 잔 먹은 날은 출근 전까지 자버리고, 큰 의미를 주지 못한 새벽시간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간절함이 찾아온 순간부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고, 그때 다시 미라클모닝이란 것이 나의 삶에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인생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바꿔준다는 도구, 하루에 끌려가는 삶이 아닌 하루를 적극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시간. 나에게는 그러한 도구가 필요했다. 조직생활의 은퇴를 다짐한 다음부터는 나의 사업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까지는 조직의 발을 맞춰 생활을 해야 하기에 나만의 시간은 출근 전과 퇴근 후 뿐이었다. 하루에 가족과 생활할 수 있는 그 조그마한 시간인 저녁시간을 절대 양보할 수 없기에 내가 선택한 시간은 이른 새벽시간이다. 그 누구도 나를 방해 할 수 없는 극도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내가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있어도 아무도 나를 비웃거나 할 사람은 없는 그러한 시간 말이다.


 새벽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해 볼 수 있는 보너스 같은 존재이다. 혹시나 나의 도전이 실패하였다 해도 그것은 잃은 것이 아닌 본전치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편하게 뭐든지 도전해 마음이 생겼다. 공부란 것을 시작하고부터는 지금까지 이공계로 살아오느라 그토록 숨겨왔던 문과적 감성을 마음껏 들어 내놓고 싶었다. 논리며 증명이란 틀에 사로잡힌 사고말고 감정과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 사고를 하고 싶었다. 회사에서는 매일같이 숫자와 싸우느라 좌뇌를 최대한 활성화 시켰겠지만, 회사를 벗어나 있을 때만이라도 우뇌 활성화에 집중하고 싶었다.


 미술이란 학문은 유치원 이후에 관심을 끊은 터라 아무것도 몰랐지만, 일단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년에 책 한권도 읽기 어려웠던 내가, 하루를 열기 전 책을 읽으며 선구자들의 조언을 가슴속에 새기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만의 것들을 창작하기 시작했고 새벽이란 시간은 나의 새로운 직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창작활동이란 것이 본디 시간을 정해놓고 쥐어짠다고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2-3시간 고민만 하다가 10분에 완성된 글이 있을 것이고, 5-6시간을 온전히 몰입하여 완성해야 할 그림이나 캐릭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으면 3시간, 적으면 1-2시간뿐이다 보니, 매일 매일 시간이 쫒기든 조급해졌고 그만큼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신데렐라 같이 아침 7시가 되면 직장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출근길 버스에 오르게 된다. 신데렐라는 자신의 유리 구두를 성에 나두고 왔겠지만, 나는 매일같이 내 감성을 작업실에 나두고 무채색 직장으로 늦을까봐 내달려간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머리가 아팠다. 아무리 생각해도 물리적으로 머릿속, 즉 뇌가 아픈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와이프는 한 번씩 말은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아침마다 크리에이터에서 직장인으로 변신을 위해 우뇌에서 좌뇌로 활성화 에너지를 옮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말이 사실인 게 회사에 출근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오전시간이 되면 신기하게도 두통이 사라지게 된다. 내 예상대로라면 우뇌에서 좌뇌로 활성화 에너지를 넘겨주었고, 그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 이 두통을 안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파서 죽을 것 같지 않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안고 가는 모습이 썩 내키지 않다. 새벽시간에 딴 짓하지 말든지, 아님 직장을 때려치우고 한 방향에 집중하면 되겠지만, 아직 그렇게 할 시기가 아닌 것도 참 답답하다. 훗날 내가 정해놓은 그 날이 오면, 이 만성 두통은 살아지겠지. 그때는 두통이 아닌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나만의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겠느냐고 사람들은 핀잔을 주겠지만, 다들 두고 보시라. 나는 내 입 밖으로 내 뱉은 말은 반드시 해내고 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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