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sr 다르마에 근거한 5일 마음챙김 집중수련
고향에 내려갈 기차표는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올 기차표 자리가 나지 않았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고민하고 또 고뇌했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선택을 미루었다. 결국 고향에 가지 않기로 하고 서울에서 삶을 풍성하게 누리기 위해 나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한다는 집중수련을 신청했다.
고향에 갈 수 있었다가 가지 못하자 나는 일종의 보복심리로 듣고 싶었던 명상수업을 질렀다. 처음 동기는 그랬다.
이걸 쓰는 시기가 벌써 3일째. 내일이면 거의 끝나간다.
집중수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적동기, 의도를 점검한다. 내겐 불순한 의도도 있었다. 그 의도 때문인지 절실함이 내게 있는가 질문한다면 애매하다. 한편으론 누구보다 절실했다. 명상의 세계, 더 알고 싶었다.
최근 가장 머리아픈 두 가지 경우를 명료하게 깨어있는 상태로 보고 싶었다.
- 새로운 취업의 선택
- 어린이집 재정 고민
우리의 집중수련은 정좌명상과 졸리면 걷기명상을 스스로 선택한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정도 함께 명상하고 1시간을 아침을 각자 먹고 만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간단한 강의가 이어지곤 정좌명상과 걷기명상을 한다. 각자 스스로 한다. 걷기명상인데 집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뛰쳐나가기도 했다. 정좌명상하다가 졸기도 여러번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까지 점심을 먹고 2시부터 5시 30분정도 개인 명상 연습이 이어진다.
3일째 되는 날, 몸을 알아차린 후에 느낌 위주로 명상 연습을 했다.
느낌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 유쾌한 느낌
- 불쾌한 느낌
- 불쾌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느낌(무덤덤)
유쾌한 느낌이 마냥 좋을 것 같았지만 지속되기를 욕심내다가 집착으로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불쾌한 느낌은 피하거나 밀쳐내면서 저항하다가 화, 짜증, 실망 쪽으로 흘러갔다.
지루함을 알아차렸다. 지루하니까 손이나 몸을 가만있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정좌명상을 하다가 걷기명상으로 지루함을 겨우 버티어가듯이 집중수련에 임하고 있다. 실내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기까지 했다.
집중수련을 시작하고 지루한 느낌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밀어내고 있었다. 저항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오감으로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마음은 느낌에 끌려간다고. 좋은 느낌을 곱씹어봤을 때 내가 고양이 미르를 볼 때 좋은 마음이니까 뭘 해도 다 좋고 에쁜 그 느낌이 일어나는 걸 재발견했다. 반대로 불쾌한 느낌 때문에 마음도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도.
무언가 아는 건 좋았다. 막상 혼자 들은 건 적용하려니 지루해서 시간도 느리게 흘러갔다. 재미있거나 절실한 일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만큼 집중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지루할 때 내 몸의 반응은 오두방정이었다. 명상 대신에 딴짓이 엄청 하고 싶었다. 이번에 막차로 신청한 집중수련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있었다.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천장이 정말 높은 집에서 살 계획이다.
오전수련을 하며 느낀 점은 지루한 느낌도 알아차리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느낌은 이 정도만 알면 되는 건가. 떠올랐다가 사라져버리는 그 느낌을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신기한 건 지루함을 알아차리고 뒤이어 평온함도 따라붙었다.
5가지 장애 중 하나인 의심도 명상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참, 돈 편하게 버네'와 같은 생각의 방식이 작동했다. 사실 나는 4시간 연속으로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집중명상과 4주 2시간 정도 진행한 명상프로그램을 참여한 경험이 있다. 5일 동안 참여하는 집중수련은 당연한 소리지만 깊이가 달랐다. 오프라인으로 명상의 유익(?)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는 온라인으로 하는 명상에 반신반의했다.
다행히 요가선생님도 코로나시기에 온라인으로 명상했던 경험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알아차림은 잘된다고 답변을 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온라인으로 하는 명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현재 내 처지만 생각하면, 이번 5일 집중수련을 듣는 건 미친 짓이긴 했다. 이렇게 하고 이만큼 받는다는 합리적인 사고가 계속 돌아갔다. 가르쳐보지 않은 자의 오류다. 의심이 자꾸 올라와서 집중하기 쉽지 않다.
내 안의 화가 폭력성으로 자꾸 드러났다. 어리석은 내 모습이다. 그런 내 모습 속에서 생각나는 이의 모습이 겹쳐지고 겹쳐졌다.
명상이 잘될 때는 마음이 고요하면서 명료한 느낌이라고 했다. 말이나 행동도 그렇게 친절하다고. 그 말에 비춰봤을 때 오늘 내 명상은 그리 잘 되지 않았다.
내일은 명상이 잘 되기를.
- 지금 이순간 감각에
- 지금 이순간 내 마음에
- 지금 이순간 내 주의가 어디로 가 있는지 잊어버리기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