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인생 같은...
힘 없이 꺾인 파 한 단과 함께
시골 어머님께서 올라오셨다. 올해 여든다섯 되셨다.
언뜻 보면 꼭 투견 닭 두 마리 같았지만
내 눈에는 신혼부부 사랑싸움처럼 보였다.
젊은 시절 어머님이라고 꿈이 왜 없으셨으랴.
여성에게 배움을 허락하지 않았던 유교문화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 겨우 글을 깨우칠만하니
"더 이상 여자는 배우면 안 된다."
라는 친정아버지의 엄명에 따라 제대로 글도 못 깨우친 한이 처음 가슴팍에 쌓였다.
3년 전, 아버님을 먼저 떠나보내실 때만 해도
"내 걱정은 할 것 없다. 잘 가셨지 뭐."
라며 장례식장에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어머님이셨다.
시퍼런 이파리들이 싹둑 잘려 스티로폼 화분에 심긴 파뿌리들을 보니
꼭 우리 어머님 같다.
어머님과 하룻밤 같이 있어보니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자꾸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