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일] 다리를 번쩍, 몸을 빙글
우선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다. 중력을 거스르는 건 이번엔 다리 차례인가 보다. 손으로 자신의 발과 다리를 잡을 듯 잡을 듯 팔을 뻗는다. 순간 빙글 몸을 옆으로 돌린다. 오른쪽 또는 왼쪽 방향은 마음대로다. 그 상태로 한동안 그대로 멈춰라였던 아이는 한순간 온몸에 힘이 탁 하고 풀린 듯 두 팔과 다리를 대자로 바닥에 놓는다. 바닥에 깔려 있는 매트에서 턱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또다시 두 다리를 번쩍 올린다. 몸을 옆으로 빙글 돌린다. 한참을 옆으로 누워 있더니 힘이 풀린다. 열 번도 넘게 10여 분동 안 이 과정을 반복한다. 아이는 자기의 세계에 푹 들어간 듯 옆에 엄마가 있든 말든 다리를 올리고 몸을 돌리기에 집중한다. 나는 그 모습이 신기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또다시 다리가 번쩍 올라가더니 몸이 옆으로 돌았다. 그대로 한참을 낑낑대는 모습이 동영상에 기록되고 있었다. 그때 "끄응" 하는 소리를 내더니 아이는 스스로 몸을 뒤집었다. 첫 뒤집기를 하는 순간이었다.
스스로 뒤집기는 했으나 몸 밑에 끼어버린 팔은 스스로 어떻게 할 줄 몰라 아이는 울음 섞인 목소리를 터트린다. 동영상을 촬영하던 내 마음이 분주해진다.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한 손으로 아이의 팔을 꺼내준다. 아이는 이제야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걸 알았는지 방긋 웃으며 팔다리를 흔든다. 제법 뿌듯한 표정이다.
평범한 하루의 평범한 낮의 평범한 순간이 한순간 특별해졌다. 거실 창의 커튼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기뻐 보였다. 아마도 기쁜 건 내 마음이었을 거다. 우리 아이보다 조금 더 일찍 뒤집기를 시작한 조리원 동기들이 말하던 "뒤집기를 시작하면 뒤집기 지옥에 빠진다"는 푸념인 듯 푸념 아닌 푸념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조금은 마음이 애타던 터였다.
뒤집기 지옥에 빠져도 좋다. 집안 환경을 또 한 번 바꿔야 한대도 좋다.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이건 아마도 (뒤집기) 지옥 속 천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