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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엘 Sep 26. 2022

여행하고 일하는 일상, 워케이션

구속받지 않는 삶 2

남편도 나도 파워 내향적인 인간이다 보니 불필요한 사람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고 싶어 하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나면 쉽게 고갈되곤 한다.



특히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플러스는 없고 마이너스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부부의 꿈은 집에서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남편의 직업군은 큰 수혜를 입었다. 바로 재택근무의 일상화다. 남편은 제3국에서의 고연봉을 포기하고 세미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 3개월은 본국에서, 3개월은 한국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제3국에 살 때 취미로 시작했던 SNS가 작년 말부터 흥하기 시작하면서 거기서 수입을 얻게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할 때쯤 학교에 돌아가는 바람에 한풀 꺾였다.



다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여(?) 이제는 과연 어디까지 수입을 올릴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한 지 얼마 안 되었다. 소소한 금액이지만, 포텐셜이 있으니 세미 디지털 노마드 지망생이라 하겠다.






좋은 기회로 워케이션을 체험해보게 되었다. 워케이션은 일(Work) +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최근 확산되는 재택근무자 혹은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적합한 단어이다. 사무실에 매여있을 필요가 없으니 어디서든 일할 자유가 있다. 그러니 휴양지에서 일하며 휴가를 즐긴다는 콘셉트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숙소는 바닷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호텔이다. 워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원한다면 해변이 보이는 숲 속에서 노트북을 두고 일할 수도 있고, 24시간 운영되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회사 프로젝트 마감이 급박한 남편은 밤늦게까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해야 했다. 나도 그간 밀린 글을 썼다.



워케이션을 실제로 경험해보니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주는 리프레쉬는 분명히 존재했다.



사무실 근처 몇 번이고 갔던 지겨운 밥집이 아닌, 다양한 선택권이 있는 휴가지의 식당에 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밥'을 먹는 일상적인 행위도 비일상적이 된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우리는 때로는 카페에서, 때로는 코워킹 플레이스에서, 때로는 해변이 보이는 숲 속 그늘 아래에서 각자 해야 하는 업무에 집중했다. 그리고 식사시간이 되면 차를 타고 나가 강릉과 속초 근교의 맛있는 식당을 찾아 잠깐의 휴가를 즐겼다.







나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앉아 하루 종일 집중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주로 카페를 여러 군데 옮겨 다니며 적당한 소음과 함께 환경을 바꿔주어야 하는 타입이다.



이런 성격이라면 워케이션이 꽤 잘 맞는다. 집중이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해방감이 좋았다. 진정한 세미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경험이었다.



지겨운 출근길을 거쳐 새로울 것 없는 오피스에 출근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적당한 설렘이 공존하는 여행과 일이 함께하는 워케이션. 생각보다 꽤 괜찮다. 구속받지 않는 삶을 향한 나의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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