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장난감 전화기로 역할놀이를 하곤 한다.
1인 多역을 맡아 통화를 주고받는데, 내용은 대충 로봇들의 작전회의다.
자세히 귀 기울여 듣지는 않지만 항상 상황이 긴박한 것은 느껴진다.
그날도 그랬다. 마치 입시학원에서 연기 연습하듯
캐릭터에 몰두해 핏대를 세우며 대화하고 있었다.
슬슬 내용이 궁금하던 차에 귀에 탁 붙는 말.
"네네." X2
뭐라고 말했는지 분명히 들었지만 물었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배실배실 웃으며 아들은
"나 엄마 같지?"
그러게 정말 나 같네.
통화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수긍할 때
꼭 '네네'를 두어 번 반복하는 그 말투, 그 목소리, 그 억양.
곰곰 생각해보니 아들은 엄마의 말투를 많이 닮았다.
그때마다 신기해서 기록해본 말들은 이렇다.
"당최 이건 왜 그러는 거야?"
"어머머머."
"끝내준다."
"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
"왕치사하다. 정말."
"아무래도.~~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면 혼날 줄 알아↗"
위급상황에 발생하는 크레셴도가 기호까지 똑같다.
역시 자식은 부모의 거울.
우리 집에 내가 한 명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