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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효율적인 사람입니다.

다시 커피를 마시게 된 이유

by 파충류 이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계속 활동하려니 잠을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한동안 끊었던 커피를 다시 마시게 되었다.



나는 정말 비효율적인 사람이다.



1. 고등학교 중간고사 때의 일이다. 내 친구는 한 과목 책을 읽는 데 1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4시간이 걸렸다. 우리 둘 다 교재를 두 번 읽었으니 친구는 총 2시간을 공부했고, 나는 무려 8시간을 들였다. 친구는 나보다 공부를 일찍 끝내고 6시간 동안 쉴 수 있었지만, 시험 결과는 내가 더 좋았다.


2. 대단한 시험은 아니지만, 법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사람들은 “하루 12시간씩 2년 공부하면 붙는다”라고 말했다. 나는 법학 전공도 아니었고, 다른 수험생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하루 16시간씩 공부했다. 가족과 친척, 친구 중 20명 정도의 연락처만 남기고 전부 삭제했다. 심지어 휴대전화도 정지시켰다. 고시식당은 한 곳만 정해서 8개월 동안 같은 메뉴만 먹으며 공부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합격했다.



3. 감사실에서 근무할 때 대부분은 효율적인 감사 방법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감사 당일 새벽까지 밤을 새워가며 거의 전수조사 수준으로 꼼꼼히 검토했다. 그 결과, 약 1,300만 원에 달하는 잘못 지출되었거나 지출될 뻔한 예산을 막아낼 수 있었다. 회계감사가 아닌, 한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한 일반 업무감사 분야에서 이 정도 성과는, 아마도 법원 역사상 내가 처음일 것이다.


4. 최근 나는 정말 이루고 싶은 일이 두 가지(사실은 세 가지) 생겼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그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던 독서 모임 두 개도 모두 그만두었다. 나는 비효율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비효율성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효율이 일정한 성취에 이르면,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결과들이 결국 더 나은 방식, 더 효율적인 길을 발견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효율을 말하지만, 느린 걸음에도 방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커피를 다시 개시하게 된 장황한 설명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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