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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식 Jun 01. 2022

사람, 그렇게 보내네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끝이 났다. 우울하고 어둡던 사람들로 부터 위로받던 8주가 끝이 났다. 무심하게 날아와 툭 나를 때리던 대사들로부터 눈물을 훔치던 16번의 밤이 끝이 났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나의 해방일지를 시작한다. 내가 쓰는 해방일지를.


해방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해야 할까.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동안 나 또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 무던히 애썼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에 다다라서야 나도 알게되었다. 해방클럽의 마지막 대화 속에서 미정이가 뱉은 말이 내게도 답이 되었다. ‘그게 전부인 거 같아요. 내 문제점을 짚었다는 거’ 내 문제를 짚어냄으로 해방은 시작된다. 그럼 난 무엇으로부터 해방해야 할까. 그 답은 창희에게로 부터 얻었다. 


창희는 사람들을 보내주는 사람이다. 그는 어렸을때 부터 가족들의 임종을 홀로 지켰다. 그것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리 만큼 모두가 창희 앞에서 마지막을 맞았다. 할머니가 그랬고 어머니가 그랬다. 심지어 창희의 오랜 친구인 현아의 암 투병 중인 전 남자친구도. 이 모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보내는 창희의 모습에서 내가 바라던 사람이 보였다. 난 나의 그녀가 내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 사람이길 바랐다. 


나는 어려서 부터 죽음을 두려워 했다. 어떤 인간이든 죽음을 두려워 하겠지만 나는 정말 두려워 했다. 잠들기 전 눈을 감고 내일 아침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 무서워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내가 혼자서 혼자 된다는 것 세상에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어쩌면 알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상보다 지구 상에 내 존재가 잊혀지는 것이 더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누군가를 찾았다. 내 옆을 지켜줄 누군가.


그녀가 내 옆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내가 불안하고 힘이 들때마다 내 옆을 지켜주었다. 내가 찾지 않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나를 찾아와 위로했다. 마치 창희처럼. 그리고 난 그녀가 정말 창희처럼 내 숨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해줄 사람이길 바랐다. 그녀 옆이면 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를 그 순간까지 데려가기로 했다. 스스로 그렇게 다짐했다. 이 생각이 너무 이기적인 내 문제점 이었다는 것은 모르고.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그녀가 드라마 처럼 가버린 후에야. 


내가 창희같은 사람을 일방적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부터 해방하고 싶다.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누군가가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아님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창희가 되길 강요하는 사람이었던걸까. 그녀는 내게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고 했다. 내 강요로 부터. 왜 나는 내가 그녀의 창희가 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이제야 나도 나의 해방일지를 시작한다. 내 해방은 창희의 모습과 닮아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하고. 무덤덤하고 묵묵하게. 그래서 해방일지 첫 페이지를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 그렇게 보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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