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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식 Aug 28. 2023

메타코미디클럽

ENFP의 알고리듬 - 1

개그콘서트를 굉장히 좋아했다. 여느 또래 친구들과 별반 다를 것은 없겠지만 나는 유독 그런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게스트들이 나와서 이런저런 미션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보다 그저 웃음만을 위해 모든 것이 설정되어있는 콩트나 단막극을 보는게 더 좋았다. 어떤 교훈이나 의미를 굳이 두지 않고 오직 웃음만을 위한 것. 나는 웃음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사라진 <개그콘서트>를 추억한다. <개그콘서트>가 종영 되었을 때 조금은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공감할 수 없었다. <개그콘서트>가 종영된 이후에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나는 그때가 마치 한국 코미디의 장례식과 같이 느껴졌다. 일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유퀴즈에 나와 울고 미디어에서는 한국 코미디의 암울한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요일 밤을 책임지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워 하며 그동안 주지 않던 마지막 관심과 추억을 이야기하고 종영을 애도하기도 했다. 솔직히 나는 그정도로 슬프지는 않았다. 그저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 일 뿐 한국 코미디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코미디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스트리밍을 하거나 영상 컨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 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코미디도 좋았다. 오히려 TV 방송국에서는 심의 때문에 방영되지 못했던 코미디를 더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를 통한 코미디가 한국 코미디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에는 수 많은 코미디 크리에이터들과 채널이 있다. 나는 더 이상 <개그콘서트>를 그리워 하지 않는다.


수 많은 코미디 채널 중 <메타코미디클럽>을 가장 좋아한다. “메타코미디” 라는 코미디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는 코미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이다. “메타코미디” 라는 코미디 레이블은 매우 생소한 형태의 회사였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팔로우 하고 있던 맥심 잡지사의 한 에디터가 “YG Comedy” 를 이끌었던 ‘정영준’이 만든 새 회사 “메타코미디” 로 스카웃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후라 그 이름은 친숙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운영하는 <메타코미디클럽> 이라는 채널이 생겨난 후로 확신하게 되었다. <메타코미디클럽>은 나에게 <개그콘서트> 와 같은 의미를 가진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메타코미디”를 이끄는 ‘정영준’은 앞서 말한 대로 “YG Comedy” 를 이끌었던 사람이다. 그 시절 그는 유병재의 <블랙코미디>, <B의 농담> 이라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기획 했을 만큼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메타코미디클럽>은 기본적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컨텐츠 기반을 둔다.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는 코미디 크리에이터들이 한명씩 무대로 나와 코미디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보고 웃는 크리에이터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방식이다. 형식만 스탠드업 코미디지 실제 공연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아니다. 상대를 웃겨야 하는 목적에 따라 웃음을 위해선 옷을 벗는 행위들도 서슴지 않는다. 그게 이 채널의 매력이다. 오직 웃음만을 위한다는 것.


사실 <메타코미디클럽> 의 컨텐츠가 모든 사람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몇몇 사람들은 출연진들의 옷을 벗는 행위나 무분별하게 욕설을 내뱉는 것을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미디의 본질적인 전제 조건을 고려하면 그것이 그렇게 불편하기만 할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코미디의 전제 조건은 “악의 없음” 과 “웃기면 장땡” 이다. 정치적 올바름같은 가치 판단으로 코미디의 본질을 흐려선 안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개그콘서트>가 종영된 것이 한국 코미디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비로소 코미디 다운 코미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메타코미디클럽> 은 내게 많은 의미가 있는 채널이다. 웃음을 사랑하는 내가 배를 잡고 웃기만 하며 보는 채널이고 <개그콘서트> 처럼 코미디언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는 채널이다. 또 넷플릭스에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모두 다 봤을 정도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내게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을 소개해주는 채널이기도 하다. <메타코미디클럽>이 더 떴으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메타코미디클럽> 을 통해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타코미디클럽> 을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누군가 한국 코미디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메타코미디클럽을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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