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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식 Apr 03. 2024

나는 재택근무가 싫어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3

*2020년 8월에 쓴 글입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한산한 출퇴근길이 그립습니다. 


출퇴근길이 한산해졌다.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격상되자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었다. 이 시국에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소문은 항상 진실보다 빠르다. 연초의 경험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많은 회사가 빠르게 출입문을 닫았다. 그래서 출퇴근길이 편해졌다. 왠지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대학생이 된 기분이다. 여유롭게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던 그때의 기분. 그런데 그게 썩 좋지만은 않다. 

 

학교 다니는 것처럼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매일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전철이 싫었다. 옷이 땀에 젖어 혹여 냄새라도 날까 옆 사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출근길을 너무나도 바랐다. 하지만 그 모두가 사라지고 나만 남은 전철이 썩 좋지만은 않다. 나만 남았다는 억울함은 아니다. 물론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나도 교대로 재택근무를 한다. 하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어쩌면 나는 그 속에서 외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벗어나고 싶던 지옥철 속에서 유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전철에 의지하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눈 비비며 꾸벅 졸던 것도 나 뿐만이 아니었다. 왜 내 인생만 이리 힘들까? 이런 오만의 마음이 그들의 존재로 위로를 받는다. 나 혼자만 중력을 버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버티고 있었다.

 

지옥철 속 유대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을 믿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하물며 서로의 맨살을 비비는 전철 속 우리는 운명이 아니면 무엇일까. 물론 옆 칸 사람하고는 스칠 일이 없다. 하지만 같은 전철 안에 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눈으로든 피부로든 확인 가능한 물리적인 유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그래서 외롭다. 

 

“거리는 멀어도 마음은 가깝게” 라는 말이 싫다. 방역수칙이 싫다는 말은 아니다. 나 같은 아날로그형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유대는 늘 위험한 법이다. 모두가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어떡하지. 재택근무가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재택근무로 유대감을 잃었다. 상실의 시대다. 더 이상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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