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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Feb 20. 2018

런던 속 다른 런던, 그리니치 (2)

활력과 여유가 기분 좋은 조화를 이루는 곳


- 그리니치 이야기, 런던 속 다른 런던, 그리니치 1편에서 이어집니다 -



상상력을 담아가고 싶은 마켓


약간 쌀쌀해진 날씨에 파이와 매쉬포테이토로 속을 따뜻하게 채운 우리는 그리니치 마켓Greenwich Market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려 1730년대부터 시작된 마켓. 런던에서 가보았던 다른 마켓들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정말 생기가 넘치고 뭔가 정감 있는 마켓이었다. 노점마다 특색 있고 유니크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가게에서 가게로 옮겨갈 때마다 기념품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들이나 지인에게 선물로 사다 주고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보니 눈을 쉴 틈이 없었다. 우리의 욕심에 비해 우리 주머니는 너무 가볍고, 가방은 너무 작았다. 


비록 우리가 담아갈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지만, 자극만큼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세상엔 내 상상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어찌나 많은지. '나무를 저렇게 키울 수 있어?' '나무로 저런 걸 만들 수 있어?' ('No Photograph' 표시가 있는 그런 아이템들에는 존중을 표하자.) 


마켓에는, 그런 걸 보고 느끼는 재미가 있다.




인형같은 도어스토퍼Door-stopper


빈티지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가게도 몇몇 있다


코르크로 만든 특별한 가방을 '득템'하고 기분 좋은 보람


가격만 좀 더 친절했더라면


마켓의 꽃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음식 코너다. 마켓의 약 4분의 1 정도 공간이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했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종의 반찬가게부터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푸드트럭, 포장해갈 수 있는 영국 전통 음식들, 특히나 다채로운 디저트 메뉴들을 보며 우리들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친절한 사장님들만큼 가격은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원하는 만큼 맛볼 수 없다는 현실의 벽 앞에서 보람은 일생일대의 선택을 앞둔 듯 고민했다. 결국 우리 두 손에 쥔 것은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슈크림빵과 커피 한 잔. 그 디저트는 영국의 Boring함을 닮지 않아 매우 달았기에 커피와 아주 잘 어울렸다.



채식 음식이 이렇게 맛있어보일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자메이카식 땅콩 간식인가 본데 그 달짝지근함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다행히 가격이 우리를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정체미상의 디저트. 비주얼에서 달달함이 느껴진다.


세상 모든 여유는 여기 있었나 보다


그리니치 마켓을 떠나 찾아간 그리니치에서의 마지막 코스는 그리니치 공원Greenwich Park이었다. 그리니치 천문대가 위치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긴 하지만, 워낙 크다 보니 굳이 힘써 찾아가지 않아도 발이 닿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를 다니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도시든 시골이든 가릴 것 없이 공원이 정말 잘 조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도시 속 숲이나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사용자 편의를 고려했는지, 실제 그곳을 사용할 시간이 있는지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사람에겐 나무가 주는 편안함과 풀이 주는 여유가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리니치 공원은 정말 여유가 흘러넘치는 곳이었다. 세상 모든 여유가 여기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록빛 여유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다.









여유를 즐기던 중 보람에게 갑자기 찾아온 화장실 타임을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Toilet 싸인만 보고 달리다 보니 들어온 정반대 쪽의 입구까지 가게 되었다. 무사히 화장실을 다녀온 후 저쪽으로 나가보자며 게이트를 지나 길을 건너니 거기엔 또 한편의 광활한 공원이 나타났다. 글을 쓰며 다시 찾아보니 그곳은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니치 파크는 아닌데, 사실 그때는 그저 끝없이 공원이 이어지는 광경에 그저 넋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화장실 찾아가는, 길


볼 일을 마쳤으니 빅이슈나 읽어볼까


공원 옆에 공원이 이어진다




지구의 동과 서가 나눠지는 곳


그리니치 천문대는 그리니치를 이야기하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사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어떻게 이 줄을 기준으로 세상은 나뉘게 되었을까. 대체 이 무슨 해괴망측한 기준인가 싶다가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이 오래된 시스템 안에 사는 나로서는 그저 수긍하고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 언젠가 누군가 이곳을 경도를 나누는 기준으로 삼겠다 하였고, 지금은 60억 지구인이 모두 그 기준을 따르고 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한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동쪽에, 보람은 서쪽에 서있다



그리니치는 박물관형이든, 쇼핑형이든, 공원눕눕형이든, 웬만한 여행타입은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런던을 가는 사람에겐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런던 속 다른 런던을 느껴볼 수 있는 그리니치에 가보라고. 그리니치는 천문대가 다가 아니라고.



떠나기 전 Hattie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리니치는 정말 '퍼펙트'였다고 후기를 남겨주었다.







적당히 낯선 생활 인스타그램 @our_unusual_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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