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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Aug 28.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44번째 끈

기억하는 말

01

바람이 콸콸이야.


집에서, 활짝 열어놓는 창문으로 별안간 바람이 불어 들어오면 엄마는 이야기했다. “바람 콸콸이야.”

그게 뭐 대수라고, “그러네요” 이상의 대꾸 한 번 하지 않았으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엔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오늘도 바람이 콸콸이다. 그래서 생각이 난다.


02

왕방울이 떨어지네.


갑자기 빗방울이 후둑둑 떨어지는 날, 오늘이었다. 비온다는 말을 듣고 나와 망정이었다. 여유롭게 접이식 우산을 펼쳐 들고 걷는데 천막 아래로 한 아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머니는 다른 아주머니에게 “왕방울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냥 소낙비가 올 뿐이었는데 단숨에 포도 모양 왕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포도를 맞으며 잠깐 걸었다.


03

회원님 100점.


일주일 만인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해 선생님과도 어색했다. 물 밖은 정신없이 바빠서 조바심이 들지만 물 안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위안이 됐다. 천천히 숨을 골랐다. 호흡에 맞춰 한 동작씩 해나가는데, 지켜보던 강사님이 별안 말했다. “회원님 100점” 둥둥 떠서 웃음이 터졌다. 맘 떠난 수강생을 돌아오게 하려는 말일지라도 일단 듣기 좋으니 합격. 강사님 센스도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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