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낳은 고민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넷, 여기는 제주, 여기는 제주.
서쪽 바다 앞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다. 널찍한 공간에는 주인장과 나뿐이다. 무슨 탱고풍의 음악이 크게 들리는데, 음악 앱 인식으로 찾아보니 까를로스 가르시아의 'Donde estas corazon'(내 사랑, 어디 있나요)라는 곡이다.
가만히 생각한다. 요즘 일하기 싫은 이유,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 등 쓰다 보면 늘어져버릴 이야기들을 모조리 기록하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동시에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것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마음을 채운 탓이다.
쓰는 일을 해오고 있다. 에디터, 기자. 이름은 달라도 크게 봐서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하고 쓰고 전하는 일. 때로는 사견과 감상을 얹었고 또 때론 내 이야기를 한다. 여기, 브런치에 하듯이.
그러면서 내가 쓰는 이야기들이 사랑받았으면 하는 욕망이 커졌다. '내가 무엇을 써도 사랑해줘'라는 대책 없고 유치한 욕심이 생겨버려서, 아무 이야기나 해선 안될 거 같아서, 이야기를 열심히 골랐다. 사랑받을 이야기는 뭘까, 요즘 트렌디한 이야기는 뭘까, 고민하다 보니 정작 쓰고 싶은 이야기는 뒷전이었다.
물론 직업과 사생활은 구분되어야 한다. 직업인 모모 씨가 써야 할 이야기와 인간 수수한이 쓰고 싶은 이야기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글쓰기에는 이 두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모호함이 있어서 자꾸만 나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카페에 들어오기 직전엔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중이었다. 파도가 거셌고 충동적으로 방파제 위에 올라서 바다와 대면하고 섰다. 휘청대면서 바람에게 따귀를 맞는 게 머리가 뒤집어질 만큼 짜릿했다. 지반을 흔들어놓을 수준의 파도가 멀찍이 보이더라도 이따금은 욕망에 순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쓰레기라도, 일기장에 쓸 이야기라도 쓰겠어.
여전히 카페엔 'Donde estas corazon'이 흘러나오는 중이다. 스페인어란 참 요상하고 어려워서 이 문장에서 's'만 빼도 “내 심장은 어디에”(Donde esta corazon)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뭐가 됐든 아주 느끼하지만 오늘은 이 문장을 빌려오기로 한다. 곧, 심장이 가는 대로 쓰겠다는 선언이다. 땅땅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