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홀러 류 씨 Nov 25. 2018

심심해서 쓰는 체험삶의현장 (2) 2013.9.18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만 1n 년...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이야기, 진상 손님 이야기 올려보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이 있어 옛날에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몇 개 올려 볼 예정.



-

몇몇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나의 추석 전날 떡집 알바 체험기....

아무리 물을 마셔도 내내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그 이유를 집에 오는 길에 알았다....

내 얼굴은 완전 염전이 되어있었어........................

바쁜 강도는 예전 마츠야 알바의 점심 피크의 70~75%정도였던 것 같다
근데 그게 12시간 계속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 9시가 되어서 겨우 좀 손님이 줄었지만 퇴근시간인 10시부터 또 손님이 몰려서 결국 30분 더 했다

어제는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더니 9시에 들어가자마자부터 손님이 잠시 멎은 게 오후 12시 반.
어젠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이야ㅋ
근데 또 3시부터는 참 징하게 안 간다.....

진상손님은 있었는데 뭐 다 무시 가능하다 이젠 안 하니까ㅋ
종종 알바생 셋(어제 안 온 애는 요일을 잘못 알았단다)이서 나란히 인상 찌푸려지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앞으로 마주칠 일 없으니까.ㅋㅋㅋ

오늘 나는 역시 과거 '알바의 신'은 나이가 들어도 신은 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일본에서 알바하던 가게에서 알바의 신이라 불렸음..ㅋ)

손님들과 가게 분들에게 엄청 칭찬 많이 받았다
일 잘 한다고ㅋㅋㅋㅋ 사실 늘 듣는 말이라 뭐...ㅎㅎ
손님들에겐 이 언니 어쩜 이렇게 장사 잘 하냐고 칭찬받고,
가게 분들은 도대체 이 언니는 전직이 뭐냐고 돌아가면서 물어보신다ㅋㅋㅋㅋ
아- 정말 나를 나이때문에 거절한 사장, 점장들은 실수한 거야....

죽도록 바빠도 밝게 접객하는 것은 정말 몸에 밴 것 같다
그러니까 마츠야에서 손님 칭찬(아무리 바빠도 미소를 잃지 않는.....)으로 표창도 받은 거겠지만ㅋ
이번 일 하면서 마츠야 알바 생각이 많이 났다
다음에 갈 때엔 스다상이랑 츳치랑도 보고, 히라시마상이랑도 보고, 하루쨩이랑도 봐야지.

아무튼 그렇게 이틀동안 고난의 시간을 보내며
이틀 13.5시간 27시간 해서 22만원 받았다
그리고 나만 2만원 더 보너스로 받음. 
사장님이 더 주고 싶다고, 같이 일한 애한테 서운해하지 말라며 더 주심.... 나만ㅋ
그래서 이틀 일하고 24만원 받음
이렇게 쌩고생을 해서 번 피 같은 돈도 
휴대폰이랑 교통비로 반은 사라질 걸 생각하면 일단 눙무리......

일단 집에 와서 수고 했다고 여동생느님께서 아이스크림 사주신 거 먹고
지금은 엄마표 전을 안주로 맥주 한 캔ㅋ
내일부터 4일동안 또 피씨방 알바.....................
내일은 10시에 나가야한다...ㅠㅜ

어젠 눈 감으면 떡 팔고 있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좀 덜하겠지...?

술때문인지 몸에 또 피부염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한다 젠장ㅋㅋㅋㅋ
적당히 눈 뜨고 있다가 자야겠다 내일은 9시에 일어나야돼..ㅠㅜ


===

염전 드립은... 좀 더러워서 페북엔 안 썼는데...

끝나고 가면서 얼굴에 땀을 닦는데 뭔가 느껴짐...

손을 보니 하얀 가루가 엄청 많이 묻음..........

..... 미친 듯이 흘린 땀들이 증발돼서 얼굴에 몸에서 배출한 소금(!!!!)이...........................

어쩐지 아무리 물을 마셔도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이미 끝났으니까 머릿 속에선 점점 사라져가는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언제 시장 추석 대목 알바를 해보겠어- 

거기다 가장 손님이 몰리는 떡, 전집에서.... 


손님들이 우리 가게만 왜 일케 줄 서있냐고 묻는데

그러니까요 줄 서지 말라고요....ㅋㅋㅋㅋㅋ


딴 집은 1킬로에 8천원인데 왜 여긴 9천원이냐고... 묻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니, 그 집은 그 집이고 우리는 우리지, 우리는 9천원."하고 단호박.ㅋㅋㅋ


지친다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  



==

이번 시장 아르바이트에 관한 진짜 느낌.


솔직히 존경스럽다고, 대단하다 라고 생각을 했다

 

 

우리는 흔히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배우지 못 한 사람'들이라며 얕잡아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몸으로 고생하는 일은 배우지 못 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하고,

그것이 좋은(=연봉 높고 복리후생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 

큰 돈 벌며 몸 편하게 일하는 방법이라고,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들,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배우지 못 하여 몸이 고생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아마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이들을 보면서 

"너도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해"라고 한 번 쯤은 말했을 법할테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수입으로 계급이 정해지는 사회이고, 

보이지 않는 암묵적 계급이 아주 철저하게 존재하는 곳인데,

단적인 예로 심지어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대우가 참으로 그지같다


 

아무튼.

그런데- 솔직히 어쩌면 나도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못난 사람이라고, 아래로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을 어떻게든 해가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이틀을 보냈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지금 그 아르바이트에 대해 기억나는 것들은 많지만,

앞으로도 잊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첫째날 밤 22시가 넘어 손님들이 뜸해졌을 때,

우리 앞에서 노점으로 떡볶이와 순대, 오뎅을 팔던 사장님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도 바빴지만, 이 가게는 정말 살인적으로 바빴다

사람이 끊긴 적이 없었고, 사장님과 사모님은 한 순간도 제대로 앉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 했다

그런데도 어디서 힘이 나는지, 사장님은 틈만 나면 우리에게 농담과 장난을 걸어왔다 

밤 22시가 넘어가고 시장 전체에도, 그 노점에도 손님이 줄었을 때,

사장님은 어디선가 생맥주 한 잔을 얻어 오시고,

웃으며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웃으며. 

12시간이 넘는 육체노동 후의 사장님의 표정은 진심으로 밝았다

긴 시간 서서 일하는 것에 익숙하기도 하겠고,

드디어 집에 가서 쉴 수 있다는 마음에 표정이 밝을 수도 있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에 다니며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퇴근길 표정은 어떠한가"...라고.  

그들의 술잔은 거칠고, 퇴근 후의 얼굴은 굳어있다

단순히 대기업, 고액연봉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 사회인들은,

적어도 내 주변, 일하며 지켜본 사람들의 표정은 그러했다

분명 나도 고단한 하루가 끝날 때 즈음의 표정은, 늘 그렇게 굳어있었을 것이다 

 

이 사장님 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모두는 아니겠지만, 주변의 시장 사람들은 

보통의 직업의 사람들보다 먼저 일을 시작하고 늦게 일을 끝내는데도,

얼굴은 굳지 않고 그 근육이 자유로웠고, 힘이 넘쳤다 

 

둘째 날, 옆 가게인 정육점 식구들이 주변 가게 사람들에게 농담 겸 인사를 하면서 퇴근하시는데,

서로 장난 치면면서 티격태격 하는 모습들,

솔직히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떡집 분들은 분명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앉지도 못 하고 계속 서서 혹은 계속 꾸부리고 일하셨을텐데,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우리에게 의자를 가져다주시고, 

힘들다는 내색은 커녕, 계속 우리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주셨다

본인들도 힘들었을텐데 말이다



말을 만들어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사람의 일, 노동, 그리고 삶에서 그것들의 존재감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떡집 알바를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단순히 일을 잘 하고 못 하고, 칭찬이니 넉살이니 어쩌구를 넘어서.


내 눈 앞에 있던 벽을 깨부수고 그 너머에 있는,

내가 모르던 세상을 하나 더 알고 배운 느낌이다.


그리고 자기반성도 있었다

늘 직업은 귀천이 없다고, 사람을 직업이나 각종 숫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머리로는 알고 노력하지만 결국 나도 그러한 속물근성이 있었다는 것.

분명 그들은 나보다 학력도 낮을 것이다(모르지, 서울대 출신 사장님이 있었을지도)

특정 분야의 지식의 양도 내가 더 많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들이 나보다 뛰어나고 나은 부분들도 많았다 나는 그들보다 못 난 부분들도 많았고. 

그저 잘 나고 못 난 것들이 다를 뿐인데, 어찌 내가 더 잘 났다고 생각해버릴 수 있는 것인가.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쉬이 하기도 한다

근데 우리는, 너무 쉽게 단정지어버린다 못 났다고.

가방끈의 길이가, 연봉의 액수가, 직업의 종류가, 

그 사람 자체나 업무, 노동 등의 일에서의 능력치를 나타내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나는 가방끈은 길 지 몰라도, 이미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

라고 느꼈다 

정리 안 되는 글 끝.  

작가의 이전글 심심해서 쓰는 체험삶의현장 (1) 2013.9.1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