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엑스포 시그니처 파빌리온 ‘생명의 증거’의 184일간의 문답
한 반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반드시 지키려고 하는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나요?
一度も口にしたことはないけれど、絶対に守ろうとしている誰かとの約束はありますか?
이 질문은 대답이 어렵다. 누군가와 약속을 쉽게 하지 않고, 했다 한들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적도 없을 것 같다. 딱히 떠오르는 약속도 없다.
타인이 내게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는 약속은 지키는데, 내가 타인에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는 말들은 어쩜 그렇게 다들 알고 있는지.
약속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나는 기본적으로 남을 잘 믿지 않는다. 믿는다 한들 언제 어떤 식으로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뒤집을 지 모르는 일이다. 약속은 책임 역시 뒤따른다.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하는 노력은 책임감이 토대가 되는데, 내가 책임감을 갖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상대방은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가볍게 여기는 것을 볼 때면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상황이 싫어지고 내 자신이 한심해 질 때도 있다.
약속은 하자고 하지도 않으며, 타인의 약속을 들어주겠다는 다짐 역시 하지 않는다. 서로 믿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감을 지우지 않는 게 속편하게 느껴진다. 서로를 믿는 것부터 세상은 따뜻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사회 생활은 사람을 믿는 것이 종종 칼날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은 끊임없이 하고 있고, 이것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은 많지 않다. 나는 내 자신을 믿어주고 싶고, 나 자신과 나의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과 인연을 맺어,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나와의 인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해주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며 걱정 끼치지 않고 나 때문에 슬퍼할 일 없도록, 서로의 삶에 등장해 관여하게 된 이상, 이 인연들에 대해 책임감은 느끼고 있다. ‘잘‘은 못 살더라도, 걱정끼치지는 말자, 이건 해외 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과정에서 맺은 나와의 약속이다. 해외 생활 중에 이미 골절로 수술도 해봤고, 심신이 망가져 휴직-퇴사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주었고, 그럴 때마다 이 작은 도시에서는 혼자지만, 이 별에서는 혼자가 아니라고 위안을 얻었고, 걱정끼치는 일은 가능한 없도록 하자 싶어지더라.
그 밖의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은 나와의 약속들은 역시 혼자 간직할 일들이니 적지 않겠다.
*예약글로 설정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걸 다음 날 발견.. 매일 올리겠다는 다짐(이것도 나와의 약속인데!)을 이렇게 이틀째에 실패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