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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May 03. 2024

스위스 삶, 어떤가요?(2)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스위스

스위스 집은 이사했을 때 불빛이 없다.

말 그대로다. 단독주택은 잘 모르겠으나,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 전등 자리만 있을 뿐 모든 등은 입주하는 사람이 알아서 달아야 한다. 따라서 이사를 하면 뽕뽕 뚫려 있는 천장을 마주하게 된다.

임시방편 전구와 뽕 뚫려있는 천장

이런 관례가 생긴 배경은 모르겠지만 이사를 나가는 사람은 본인이 설치한 모든 전등을 다 떼어간다. 그리고 들어오는 사람은 자신이 가져온 전등을 설치한다. 간혹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 사이에 합의가 되면 등을 팔고 가는 경우는 있다. 이사 후, 불이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우리는 등을 설치하기까지 임시방편으로 전구를 껴서 생활했다.


디자인이 없는 평범한 천장등이 한 개에 60~70 CHF(한화 약 10만 원)이었는데, 전등을 설치하려면 테크니션에게 한 개 당 70 CHF(한화 약 1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우리 집은 천장에 구멍이 10개 있으니, 20만 원 * 10개, 등만 설치하는데 20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우리는 호기롭게 모든 등을 사 와 우리가 설치해 보기로 했다.

어찌어찌하여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한 천장등

물론 당연히 실패! 남편도 나도 컴퓨터 자판만 두드려봤지 무언가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이럴 때면 해외 생활에서 손재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중 다행인 것은 스위스를 오기 전에 남편 머리 이발하는 방법을 동네 미용실 원장님으로부터 전수받아 2주에 한 번씩 내가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이런 다른 여러 가지 손재주를 더 배워왔어야 했다.)




못 바꾸는 건지 안 바꾸는 건지, 아날로그의 삶

이쯤 되면 배달음식, 새벽배송, 로켓배송이 지금껏 얼마나 삶의 질을 높여주었는지 감사하게 된다. (정확히는 감사했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스위스의 비싼 인건비는 사람의 손만 닿았다 하면 세 배 혹은 네 배 가격이 되는 마술을 부린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서 한 달에 한번(?)도 가지 않았던 마트를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그것도 식료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독일로 다녀온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독일 국경과 접해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


과연 스위스는 비싼 인건비로 인해 아날로그의 삶을 못 바꾸는 것일까 아니면 안 바꾸는 것일까. 카드키를 대면 공동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주유소는 카드도 필요 없이 앱으로 결제된다. 이로 비춰봤을 때, 여기 사람들의 기술력이 부족하다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손이 닿는 사회 시스템을 굳이 자동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관공서도 시간약속을 하고 직접 가야 대부분의 일처리가 가능하다.




편지의 나라, 스위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아날로그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우편'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 신기하게도 우편체계가 잘 발달되어 있는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시스템과는 다르게 우편을 통해 공과금, 세금, 보험료 등을 내고, 관공서, 편의시설, 인보이스 등 모든 것이 우편을 통해 소통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지 지역 행정센터에 신고하는 것 역시도 우편으로 날아오면 손으로 작성하여 우편으로 회신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길을 걷다 보면 흔하게 우체통을 볼 수 있고, 그와 더불어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 차량 역시 쉽게 눈에 띈다.

  

집 근처 우체통


스위스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이러한 차이는 자연스러움이 될 것이다. 나는 차이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자연스러움으로 묻히기 이전에 부지런히 기록하고자 한다. 인연이 있는 코치님께서 보내주셨던 이슬아 작가의 강연 속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었다.


글쓰기는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을 유심히 다시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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