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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Apr 27. 2024

스위스 삶, 어떤가요?

초심자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기

누군가 나에게 스위스 삶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까막눈’이라고 말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표지판 하나조차도 독일어, 친절한 곳은 독일어, 프랑스어, 더 친절한 곳은 독일어, 프랑스어, 그리고 이태리어로 씌어 있어 매번 구글렌즈를 켜고 비춰보는 것이 일상이다. 


인터넷에 스위스를 여행했던 한국여행자들은 영어가 잘 통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던데 정말 찾아가 묻고 싶다. 도대체 어느 동네냐고… 내가 사는 곳은 조금(?) 많이(?) 시골이어서 그런지 이곳에서 내가 구사할 줄 아는 언어는 단 한 개도 없다. (정말 0개 국어다.)


불편함의 일례로 번역기를 돌려가며 인터넷 뱅킹 계좌를 개설했으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 (정말이지 왜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니? 내 머리를 쥐어뜯는다…) 또다시 번역기를 돌려가며 사이트에 나와 있는 대로 비번을 새로 받기 위해 정보를 입력했더니, 돌아오는 메일은 

‘미안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콜센터로 전화해.’ 


콜센터로 전화를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스위스독일어로 쏼라쏼라하고, 담당자에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 좀 연결해 달라고 했더니, 1분 기다려하더니 10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연결된 직원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다른 직원… 본인은 영어를 할 줄 모르니 ‘다음에 다시 전화 줘.’ 하고 끊어버렸다.

 

다시 한번 묻지만,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가 스위스 맞나요?’ 그렇다고 내가 탁월하게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살아가기 위해 할 줄 언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다. 

쓰레기통: 쓰레기 버리는 곳을 찾지 못해 일주일 동안 쓰레기를 집에 쌓아놨었다.




정육점에서 고기 사는 것을 머뭇거려 본 적 있나요?

마트 안 정육코너를 지나다니면서 고기를 주문하지 못해 매번 포장되어 있는 고기만 카트에 담아왔다. 하루는 문득 '왜 이렇게 용기가 없지?' 하며, 정육코너 직원에게 다가가 더듬더듬 독일어 단어를 이야기했더니 쿨하게 고기를 썰어주어 사 왔는데, 세상에나 그 고기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맛있었다.

정육코너: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깨달은 순간이다.

 



실은 모든 것이 ‘불편’하다. 

그 와중에 소중한 깨달음이 있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초심자의 마음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들여다봄은 새로운 발견을 가져다준다. 내가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편견, 삶을 통해 쌓여왔던 판단, 그리고 이러한 것들로 도전하지 않았던 비겁함들이 초심자로서 바라보면 재미있고, 소중하다. 정말 귀찮지만, 초심자의 마음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바라볼 때, 나는 좀 더 자유로워지고, 좀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느끼고 있는 스위스에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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