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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May 18. 2024

부모님과 함께한 짧은 가족여행

소중한 시간 기록(1)

스위스 이주를 위해 아이와 함께 스위스행 비행기를 타고 오던 중 기내에서 외할머니의 부고를 받았었다. 그렇게 나는 키워 주신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도… 장례식도 함께하지 못했다. 기내 안에서 혼자 흘렸던 눈물은 할머니 곁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한국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찾아가 뵙지 못했던 ‘후회’였다.

 

부모님이 5주간 우리 집에 머무르다 한국으로 가셨다. 함께 있다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느낀 감정 역시 ‘미안함’과 ‘후회’가 대부분이다. ‘매 순간 내가 좀 더 성숙하지 못했구나…’의 아쉬움을 비행기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아직도 다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어리석게도 존재의 부재를 통해 다시 생각한다. 부모님은 현재의 소중함을, 시간의 유한함을 나보다 더 잘 아시기에 그간 내 투정을 받아 주셨나 보다.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들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자 간단히 기록해 본다.



Insel Mainau

콘츠탄스 호수를 끼고 아름답게 가꾼 꽃들 사이와 숲길을 걸으며, 부모님과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100년은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이 참 많았다. 

섬 가장 안쪽에는 Schloss Mainau가 숨겨진 듯 자리하고 있었는데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Schloss Mainau

잘 가꾼 정원을 보고 있자니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처음 갔던 거제 외도 여행이 떠올랐다. 마이나우 섬과 외도 모두 나에게는 즐거운 경험인데 이런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그 행복의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내 고마운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Sammlung Reinhart Am Römerholz

비바람이 살갗을 스며드는 날씨였는데, 두 분은 기차 타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하셨다.

Winterthur 역

역에서 30분 정도를 걸어 Sammlung Reinhart Am Römerholz를 가보았다. 이제는 두 분 모두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했는데, 세상에 내 체력이 가장 바닥이다. 

방문객을 맞아주는 연못

주인이었던 Oskar Reinhart의 유언에 따라 자신이 소장했던 미술품과 저택을 바탕으로 현재는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부(wealth)'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이렇게 멋진 공간을 대중에게 개방할 수 있게 한 이의 마음은 비단 나만 배불리 하고, 나만 멋진 것을 경험하고, 나만 좋은 것을 과시하고자 함은 아닐 것이다. 먼 나라에서 온 나와 같은 사람들조차도 그의 이름을 읽어보고, 기억하게 하는 힘을 살아생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산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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