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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Mar 18. 2020

공부의 정도와 가르침의 정도

잘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가야 할 길


'정도(正道)는 올바른 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정당한 도리라고도 합니다. '공부의 정도'는 무엇일까요?

 학생들은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공부해야 할 내용이나 배워야 할 내용을 컴퓨터에 USB를 꽂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처럼 편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그 방법은 노력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강사가 있고, 족집게 문제지가 있다고 해도 직접 강의를 들어야 하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따라서 공부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지겹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공부의 정도는 '노력'입니다. 우리는 지식을 머리에 넣기 위해 반복하거나, 다시 읽어보거나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이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운 것을 깊이 생각해봐야 하고, 삶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해야 합니다. 

 최근 SNS를 통해서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 자료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어찌나 능력자 선생님들이 많은지 근사하고 예쁜 자료들이 많습니다. 책 한 권으로 할 수 있는 자료들이 넘쳐나고, 학기 초에 활용해볼 수 있는 자료들도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기도 합니다. 학기 초 준비를 못 한 교사들에게 더 쉽고 편하게 수업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라는 책에서 크리소토프 반 님베헨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을 때 인간의 수행 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하고 실험을 실시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 결과 학습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실을 내심 느끼면 그 사람의 뇌는 '지극히 게으른'상태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름길이 있으면 뇌는 그 길을 선택합니다. 영국에서 보조교사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보조교사의 도움이 배움에 꼭 필요한 노력의 과정을 단축시킨다고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의존할수록 우리는 더 아둔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반 님베헨의 결론에 공감합니다. 제가 겪었던 교직 문화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 교육업체에서 교사용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교사들은 아주 편하게 수업할 수 있었습니다. 클릭만 하면 내가 알던 정보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와 내가 준비한 내용보다 다양한 사진과 영상들이 쏟아졌습니다. 수업은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교사의 전문성이 흔들렸습니다. 클릭만 한다는 의미의 '클릭 교사'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크리소토프 반 님베헨은 컴퓨터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인간에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수록 우리의 성장은 더디게 됩니다. 지금은 '아이스크림'을 쓰지 않는 교사가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타교사의 자료 의존증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이트가 다른 교사가 올린 PPT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공부의 정도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힘들지만 내가 직접 땀 흘려야 나의 배움이 됩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들은 수업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수업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노력뿐입니다. 우선 수업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수업도 해보고, 저런 수업도 해봐야 합니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맞는 수준인지 내용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왜 이 내용을 배워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수업을 돌아봐야 합니다. 수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수업을 통해서 개선점을 찾고 성장해야 합니다. 수업 자료들에서도 부족한 내용을 추가하고, 보완해나가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배움의 정도는 '노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제가 요행을 피울 뻔했습니다. 오늘도 저는 부단히 책을 읽고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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