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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어시인 Dec 02. 2023

어쩌다 두번째 대학원

수어를 알고 싶어서 대학원 재학 중

 수어를 처음 배운 2018년, 그리고 지금 수어 관련 학과 대학원에서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 전공(식품)과는 전혀 다른 분야인데다가 수어 관련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 두 번째 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만큼 어렵고 힘든 것은 똑같다.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농인 선생님보다는 한국어에 조금 더 익숙하기에 한국어로 적혀 있는 논문 자료를 이해하기에는 조금 수월할수도 있으나, 수어를 농인 선생님만큼 능숙하지 않고, 수어 표현에 한계가 있기에 어려움의 정도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쩌다가 내가 두 번째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수어가 좋아서요. 수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요'라고 답할 것이다. 나는 원래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교육열이 있는 편이시라, 어린 시절부터 공부, 공부, 공부 매일 잔소리를 들으며 억지로 마지못해 공부해온 타입이고 다행히 공부한 만큼 효과가 있어서 대학도 입학하고 원하는 직업을 얻어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수어를 배우면서부터는 진짜 공부가 좋아졌다. 아니, 너무너무 아까워 미칠 것 같다. 시간이 가는 게, 하루 일분 일초라도 흘러가는 그 시간에 수어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데 내가 가진 시간 및 체력에 한계가 있어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5년이라는 휴직 기간동안 나에 대해 공부하고, 나를 알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수어에 더더욱 빠져들었다. 왜냐하면,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였고 그 정체성에 걸맞는 언어가 바로 수어이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오랜 휴직 끝에 복직을 하여 9개월 넘게 일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복직 전 걱정이 많이 앞섰다. 왜냐하면, 코로나가 완전 종결한 것이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입모양이 보이지 않으면 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또 너무 오랜 기간 일을 쉬어서 일하는 감을 잃었을텐데 새로운 업무 방식을 잘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선생님 및 상사의 배려가 돋보였고 덕분에 지금껏 큰 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수어에 대한 실력이 나날이 저하됨을 느끼며 한때 또 다른 좌절감과 우울감을 맛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하였다.


 매 학기 새로운 과목과 교수님을 만나면서 수어에 대한 나의 무지함을 실감하며 매년 나의 오만함은 줄어들고 겸손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제대로 정확히 잘 알지도 못한 채 문제 있음을 지적하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나의 과거가 부끄러웠다. 배우면 배울수록 참 어려운 언어가 바로 수어였다. 점점 더 알고 싶은 게 많아지는데 그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제대로 알려면 연구자료가 충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연구해야 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대학원생, 교수님 한  한 이 모두가 막중한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일테니 농인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내가 관심있는 연구 분야에 대해 잘 파고들어 논문을 작성해야겠다고 느끼는 중이다.


 농인이든 구화인이든 수어를 한 번쯤 배워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왜냐하면, 보면서 소통하는 것이 꽤 나의 삶에 유익한 면이 있고, 나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듣는 것에 너무 의존하다가는 나 자신을 잃을 수 있기에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에게 맞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이 시간에 갑자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않은 것에 대해 해명 아닌 해명을 위해서다.


 2023년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일이 겹쳐서 글을 쓸 겨를도 없었고, 시간과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며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고 있고 버티고 있다. 회사 일도 익숙해지고 논문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는 시점에 다시 글을 쓰려 한다. 왜냐하면, 역시 나는 글을 쓰는 내 자신이 나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논문부터 통과하고 나면 쓰고 싶은 글이 무지 많다!! 할 말도 많고 생각도 많고 하루하루 기억하고 싶은 에피소드도 너무 많다! 그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구독자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부족한 나의 글을 읽어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추신: 어제 문득 갑자기 또 다른 나의 정체성을 나타낼만한 단어를 떠올렸다.

록(錄, 기록할 록) : 나는 뭐든지 적고 기록하려는 성향이 있기에 이 단어가 떠올랐다.


그럼 나의 호를 이렇게 정해볼까?

시록(視錄) 수어시인

보고 기록하는 수어시인




이걸 왜 갑자기 추신에 넣었냐면, 기록하려고! 역시 나답지 않은가?

'소울정'이라는 유튜버의 영상 중에서 본인에게 글을 왜 쓰냐고 질문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답을 했다.


"외로워서요. 아무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말해주지 않아서 글을 써요."


그 유튜버는 무려 16년동안이나 쭉 글을 써왔다고 한다. 매일밤마다 말이다.

우와, 진심으로 존경한다.

나도 언젠가 매일 글을 쓸 수 있기를!!! 그리고 나의 책이 출간되기를!!!



아마, 12월부터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 브런치 글을 올리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인사드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시록 수어시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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