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모른다
해외에 근무하면서, 또는 한국에서 파트너 국가 공무원들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었는가'이다.
나도 어떻게 가능했는지 잘 모른다.
부모님이 어렸을 적인 60년 전쯤에는 정말 최빈국이었던 듯 싶다. 부모님께서는 어릴 적 학교에서 미국이 원조해준 가루분유와 옥수수빵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먹을 게 없어서 식량을 원조 받아 학교에 나눠주던 나라였다.
내가 태어난 40년 전쯤에는 여전히 어려운 나라였던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낸 90년대는 우리가 그렇게 못 사는 나라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촌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처절한 빈곤의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학교는 뭔가 집회와 시위로 소란스러운 적도 자주 있었고,
나라도 IMF로 어지럽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덧 지금은 너무 잘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나라에서 풍요롭고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일까?
교육열이 높아서 부모가 희생하고 자식 교육을 잘 시켰다.
월드뱅크에서 비교우위를 잘 살려 농업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기술력을 키워서 제조업을 육성하고 수출사업을 발전시켰다.
잘 살아보세 새마을 운동을 통해서 정신을 개조하고 할 수 있다는 개척정신으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학계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해서 국가 발전에 성공했으니 너희도 이렇게 하면 될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말해줄 수가 없다.
아직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는 경찰이 차를 세우고 돈을 뜯는데, 예전에 우리나라도 경찰이 단속하면서 돈을 많이 뜯어갔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어. 왜 그렇게 갑자기 도로에서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이 사라진 걸까? 누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걸까?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촌지를 주고 우리 자식 잘 봐달라고 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언제 갑자기 사라졌지?
예전에는 코리안타임이라고 약속하면 맨날 30분 이상씩 늦는 게 일상 다반사였는데 어느 순간 누가 뭘 했길래 갑자기 시민들이 시간 약속을 잘 지키게 되었지?
도대체 우리는 뭘 해서 이렇게 부유해졌고, 사회 각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었을까?
어떻게 한국은 이렇게 대단한 발전을 이루었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답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