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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즈 Feb 15. 2021

재택근무와 지름과 휴직

2020년 상반기 우리 회사도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간헐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에서 일하는 불편함을 상당히 많이 느꼈다.

코로나가 쉽사리 잡힐 것 같지 않아 나의 홈오피스 구축 작업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노트북이었다. 산지 4년 된 노트북인데 평소엔 간간히 잘 썼는데, 무거운 파일을 여러 개 펼쳐 놓고 작업을 하려니 왜 이리 버벅거리고 느린 건지 답답했다.

그래서 노트북을 샀다. 평소 사고 싶었던 레노보 카본 x1. 역시 새로 산 노트북은 날아다녔다. 200만 원.


노트북을 샀는데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그래 노트북 거치가 가능한 독서대를 사자. 어쩌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장애인들과 함께 만드는 종이 1장으로 노트북과 책을 거치할 수 있는 제품이 생각났다. g stand 2만 원. 노트북을 올려놓으니 이제야 눈높이가 맞아진다. 목도 불편함이 덜하다.


아 그런데 노트북 키보드를 치려니 왠지 손목도 아픈 것 같고 치는 느낌도 별로인데. 키보드에 눈이 간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볼까. 예쁜 키보드를 회사 복지 카드로 샀다. 키크론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 12만 원. 예쁘다. 그런데 높이가 너무 높네. 손목 받침대도 하나 있어야겠군. 대나무 손목받침대 9천 원


여보. 나 책상 하나 살까? 식탁에서 일하면 좀 집중이 안돼. 그래. 쿠팡으로 날아온 5만 원짜리 책상. 조악해 보이지만 그런대로 역할은 하네. 아 그런데 의자가 없군.

의자도 사야지 시디즈 의자가 좋다는 것 같은데? 15만 원.


그런데 책상이 별로 예쁘지가 않아. 마음이 잘 안가네. 당신이 사준 거 말고, 좀 더 쓰담쓰담할 수 있는 책상이 필요해. 와 이거 좀 맘에 든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그래 한 번 사면 오래 쓰잖아. 평생 쓸게 사자. 60만 원.


아 이제 좀 일할 수 있는 각이 나오는 것 같네.


그런데 노트북 모니터는 13인치인데 너무 작은데? 회사에서는 거의 두 배정도 되는 화면으로 일하다 보니 답답해. 모니터 하나 살까?


여기까지 왔을 때 나는 휴직을 결정했다.

코로나 시대에 가족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렇게 구축된 홈오피스는 나의 최애 공간이 되었고, 나는 그곳에서 종이신문을 펼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가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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