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마우스 시절을 돌아보며...
볼 마우스 시절에는 마우스 패드가 꼭 필요했다. 마찰력이 좋아서 볼이 잘 굴러가야 마우스 포인터가 잘 움직였다. 어느 정도 사용하고 나면 마우스에서 볼을 빼서 청소하는데 먼지를 떼 낼 때의 기쁨은 콧구멍에서 큰 코딱지를 건졌을 때의 희열 그 자체였다. 사실 그 시절 마우스 패드의 퀄리티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2~3천 원이면 동그랗게 생긴 마우스 패드 하나를 구입할 수 있었고 더러워질때까지 사용했다. 새로 구매할 때쯤이면 학교 교문 앞에서 학원 홍보용으로 나눠주는걸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패드 디자인은 동그라미 아니면 직사각형이 전부였고 재질도 싸구려 플라스틱 아니면 천이었다.
광 마우스가 나오고 패드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하드웨어의 명가 마소에서 만든 인텔리마우스 익스플로러는 엄청난 인기로 다시 리뉴얼되었다. 예전 인텔리마우스는 사람의 손에 맞는 미려한 곡선에 클릭감이 부드러웠고 PC에 연결하면 꼬리와 밑바닥에 선명한 붉은 빛을 뿜어내어 고급스러웠다. 그에 고급스러움에 걸맞은 마우스 패드가 꼭 필요할 것만 같았다. 게다가 광센서의 정확한 움직임을 위해서도 마우스 패드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마우스 패드도 광센서 인식에 맞추어 재질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디자인도 고급스러워졌다. 그 후 많은 회사에서 광마우스를 생산했고 사용자들은 마우스 패드에도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좋아하는 시디를 립핑해 아이리버에 넣어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들었다. 그맘쯤 아이팟 터치가 애플 리셀러 샵을 통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제품이 신세계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이팟 터치를 구매하러 서면에 있는 애플 리셀러 매장으로 뭐에 홀린듯 미친듯이 뛰어갔다. 아이팟 터치는 비쌌지만 만져본 순간 직관적인 UI 부드러운 애니메이션 다양한 용도로 1년간 모은 내 돈을 가져갔다. 리셀러 매장은 처음이었지만 승자처럼 아이팟 터치를 손에 쥐고 느긋하게 매장을 둘러봤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정사각형의 마우스 패드였다. 싸구려 플라스틱과 천조각으로 만들어진 패드만 사용하던 나에게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가죽은 가방이나 지갑에만 사용되는 재질이라 생각했다. 처음으로 구매한 사치품이라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아직도 버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10년이 넘어서 때가 타고 조금 벗겨지기도 했지만 그것이 진정한 가죽의 멋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매력적인 가죽 마우스 패드를 두고 외도를 하기도 했다. 한 때 클리앙에서 어떤 분이 개인 제작한 알루미늄 마우스 패드에 꽂혀서 구매했지만 하필 그맘때 사용하던 마우스가 매직마우스여서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거슬려서 결국 서랍으로 들어갔다. 현재는 당연한 듯 샤오미에서 알루미늄 마우스 패드가 나오고 있다. 그 후 정착한 것이 키보드를 구매하면서 부록으로 따라온 허접한 장패드였다. 장패드를 사용하기 전까진 그게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 지금은 세상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울산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 놀러와서 롯백 광복점에 갔다. 이미 조그만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큰 사과 농장으로의 변경을 위해 앱빠의 본능이 윌리스로 향하고 있었다. 대규모 사과 농장을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든다. 아이맥과 맥북프로는 기본이다. 예전 같으면 닥치고 내 돈 가져가의 마인드로 아이맥이라도 질렀겠지만 나이가 드니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매장을 두런두런 둘러보다가 문득 눈에 띄는 제품이 하나 있었다. 마우스 패드. 자세히 보니 A4 사이즈보다 좀 더 큰 사이즈에 오른쪽에 1/4은 무선 충전이 가능했다. 케이스 겉면에도 패드 왼쪽에는 애플 매직 마우스, 오른쪽은 아이폰 X이 무선 충전되고 있는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애플 제품 액세서리가 그렇듯 당연히 비싸겠지 하고 가격을 봤는데 23만 5천 원으로 보였다. 역시...라고 생각하며 다시 보니 2만 3천5백 원이었다. 사과농장 액세서리가 저정도 가격이라면 한 번 질러줘야지. 네 가지 색상이 서로 유혹하고 있었다. 라떼 크림, 어반 브라운, 더스트 그레이, 미드나잇 블루. 아쉽게도 남자는 핑크지라고 할만한 킬링 컬러가 없었다. 2세대가 나오면 고객을 사로잡을 만한 킬링 컬러로 핑크나 레드가 있으면 좋겠다. 네 가지 색상이 있었지만 남자 셋이서 공통된 의견으로 고른 색상이 미드나잇 블루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박스를 뜯어 패드를 깔고 마우스를 세팅하고 오른쪽에 아이폰 X을 올려뒀다. 더러웠던 책상의 완성!은 개뿔. 그냥 폰을 아무 곳에나 두고 찾는 일은 줄었다. 무엇보다 편리함과 갬성이 다 충족되는 기분이어서 위로가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고속 충전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집구석에서 제품을 검색하던 중 좀 더 커지고 고속 중전을 지원하는 pro 모델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제품을 산 후에는 검색따윈 하지 말아야 한다. 딱 만원 정도 더 비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8년 11월 16일 현재... 남아 있는 네이버 페이를 보태서 지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럴 땐 클리앙의 명언이 싫어진다. 아마도 회원분들이 계시다면 진리의 둘 다 아니겠어요라든가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라고 하실게 뻔하기 때문에. 명언이 달리 명언이겠는가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살포시 구매 버튼을 눌렀다.
11월 20일이 되어 드디어 pro 모델이 도착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아주 살포시 바뀌었다. 마우스 패드 부분과 고속 충전 가운데 펜을 하나쯤 올릴 수 있는 홈이 생겼다. 일반 모델에서의 밋밋함이 가운데 홈에 펜 하나 두는 걸로 경계가 생기고 필기구를 둘 공간도 생긴 것이다. pro 모델이 커지긴 했지만 마우스를 이리저리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게임, 디자인 용으로는 불편할 것 같다. 두 모델 모두 충전 영역에 + 표시가 있는데 그 + 표시가 폰의 가운데에만 위치하면 충전이 된다.
볼마우스 시절부터 현재까지 마우스에 따라 다양한 마우스 패드를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패드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마우스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 재질, 부가 기능을 더해 발전해 간다. 마우스가 나온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적절한 대체제가 없다. 그만큼 마우스 패드도 중요한 소모품이 되었고 앞으로 어떤 디자인과 재질, 기능이 덧붙여져 나올지 기대된다.
[사진]
[HANDS3와 HANDS3 PRO 비교]
- 비교라고 하기엔 무색하지만 마우스 패드도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면 만원 더 투자해서 pro 모델로 가는 것을 추천
- 부가적 기능인 무선 충전을 볼 때 고속 충전 지원 유무는 중요함. pro 모델만 무선 충전을 지원
- 사용하는 마우스가 로지텍 MX MASTER 2S 같이 큰 사이즈면 고민할 필요 없이 pro 모델로
- 혹 이동성과 고속 무선 충전이 필요 없는 분은 일반 모델을 추천
- 이 정보는 비교에 중요할 것 같아서 남김. (HANDS3 사이즈-가로 : 205, 세로 : 305, 높이 : 5, HANDS3 PRO 사이즈-가로 : 346, 세로 : 225, 높이 : 5 단위 : 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