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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ze Nov 13. 2018

소니 웨어러블 넥 스피커 SRS-WS1

소니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중학생 때의 일이 문득 떠올랐다.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께서 일본에 돈벌이를 하러 가셨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오신 선물. 소니 휴대용 시디 플레이어 디스크맨. 시디는 거치형 기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었다. 중학생때라 으스대거나 잘난척 하고 싶어 학교에 가져가고 싶었지만 잃어버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집에서만 사용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여전히 워크맨이 인기였고 리모컨 디자인에 열광하던 시기였다. 워크맨과 관련된 그들만의 용어도 많았다. 떡볶이 리모컨, 껌전지, 소니 타이머 등등. 처음 시디를 들었을 때 굳이 카세트 테이프와 비교하지 않아도 설령 막귀인 나라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음질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책상위에 올려진 디스크맨을 듣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반에서 친한 친구 녀석이 놀러왔다. 평소 친한 녀석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디스크맨을 보여주며 자랑도 했다. 정신없이 떠들던 친구가 돌아가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한 시간이나 흘렀다. 노래 한 곡으로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식은 땀이 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눈을 의심했다. 혹시나 싶어 서랍부터 책장 사이까지 다 뒤졌다. 디스크맨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학생이 떠올릴 수 있는건 고작해야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 뿐이다. 어머니는 친구를 의심했지만 부정했다. 그럴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냉정하게 내 손을 잡고 그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디스크맨은 다시 내 책상위로 돌아왔다.

  소니에 대한 첫 추억은 씁쓸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상상속의 디자인과 미칠듯한 성능은 언제나 나를 설레이게 했다. 마흔이 넘어 여유가 좀 생기니 어릴 때 경제적 여유로 억압되었던 욕망이 분출되었다. 어린 시절을 수놓았던 소니가 어느새 빛 바랜 사진이 되었다. 빛 바랜 사진들 중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소니 제품 중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줄 것 같았던 웨어러블 넥 스피커 SRS-WS1. 아쉽게도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지는 않았다. 어느새 편한 세상이 되어 아버지 손에 들려오길 기다리는 대신 몇 번의 클릭으로 직구가 가능했다. 하지만 옛 추억 때문인지 일본에 사시는 고모께 부탁드렸다. 일본 고모부께서 일부러 40분가량 시내 비쿠카메라로 가서 구매하신 후 택배로 부쳐주셨다. 3일간 택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릴때의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똑같다. 3일 후 일본 우체국 택배로 도착했고 느긋하게 음미하며 택배 박스를 풀었다.

  이 스피커의 용도는 무엇일까. 여기저기 나와 있는 스펙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스펙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다 활용하지도 못한다. 어린 시절 디스크맨으로 처음 시디를 들었을 때처럼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스피커 자체는 보기에도 무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선 수신기에는 광케이블과 AUX 연결이 가능했다. 스피커의 만듦새는 회색빛 플라스틱과 천이라 없어 보인다고 할지 원래 흰색인데 떼가 탄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다소 저렴해 보인다. 3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인데 싼티라니. 전용 충전기와 무선 수신기는 더 저렴해 보인다. 무슨 여행용 비누같다. 디자인과 색상 잘 뽑기로 유명한 소니이기에 아쉬웠다. 더 아쉬운건 웨어러블인데 목에 걸치는 순간 묵직함이 엄습했다. 꽤 무거웠다. 일단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JTBC에서 했던 힐링 음악 프로그램 비긴어게인 시즌2. 누구나 인정하는 목소리의 김윤아 팀과 개인적으로 팀 구성이 사기라고 생각하는 박정현 팀 중에 후자가 더 끌렸다. 소니 음색을 좋아하기에 기대를 가지고 후자팀의 음악을 틀었다. 하지만 몸이 떨리는 새로운 경험은 아니었다. 일반 스피커에 비해 소리가 더 가까이 들렸지만 웬지 시끄럽다는 느낌이었고 소니의 음색이 살아나지도 않았다. 더 실망스러운건 소리의 끊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용 수신기를 사용했다지만 3~4분짜리 한 곡을 듣는데도 2~3번의 끊김이 있었다. 설명서에서는 2.4g를 꺼 두면 된다고 하는데 꺼도 마찬가지였다.(개인 환경에 따른 차이는 있을 거라 생각된다.) 적당히 양념있는 소니만의 음색이 아니고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라 음악 감상용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게임에서는 어떨까. 저음에 따른 진동의 세기도 궁금했다. 귀와 가까운 거리에 스피커가 있어서 대사는 잘 들렸다. 결정적으로 영화든 게임이든 저음에 따른 진동은 꽤 괜찮았다. PS4로 스파이더맨의 프롤로그를 플레이 했는데 헬기 폭파 장면에서 패드 진동과 동시에 목 주변의 박진감 넘치는 소리 그리고 엄청나게 떨어대는 진동은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게임을 할 때는 몇 번의 끊어짐을 무시하고라도 사용할 것 같았다.

  첫 질문으로 돌아와 그렇다면 이 스피커의 용도는? 아마도 영화와 게임에 적합한 체감형 스피커 정도인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진동 기능이 없었다면 소니라는 기대감만으로 구매하고 실망한 스피커였을 것이다. 아니...진동 기능만으로 이 가격에 이 스피커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나는 B&O의 A8 이어폰 소리가 맑고 깔끔하다고 생각하고 보스의 사운드 링크 미니 2의 저음을 부담스러워 한다. 어린시절 소니의 잠자리 케이스에 든 e888을 듣고 자라면서 끊임없이 음악을 즐겼지만 막귀다. 추억이라 그런지 몰라도 예전 소니의 양념이 가해진 음색을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음색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여전히 소니에서 무엇인가 설레이는 제품이 나오면 지갑을 열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겠지만. 

 

[사진]

정면. 양쪽의 두꺼운 부분이 스피커와 진동


측면과 뒷면


수신기. 전원이 필요함(5핀 케이블 연결). 광케이블과 AUX 연결 부분. 밑바닥에는 페어링과 리셋 버튼
충전기. 수신기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필요함(5핀 케이블 연결). 스피커를 위에 놓으면 자석 때문에 붙음
완충 되었을 때는 초록색 불빛이 깜빡임


착용샷. (참고: 173cm, 70kg)



[2018.10.27] 집 구조를 바꾸고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공유기를 리셋하고 선을 정리했다. 그 후 PC와 연결했을 때는 스피커의 끊김이 거의 없었는데 PS4와 연결했을 때는 끊김이 여전했다. 예민한 녀석이다. 


  


[보스 사운드웨어 컴페니언과 비교] 

- 보스 사운드웨어 컴페니언은 블루투스인 만큼 자유도가 높은 편이고, 소니 웨어러블 넥 스피커는 전용 수신기이다 보니 실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 무게는 소니쪽이 무겁다. 꽤...무겁다. 

- 고정형 디자인이라 체형에 따라 불편하거나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소니는 스피커가 목 뒷부분과 닿을 수 밖에 없어서 쉽게 더러워진다. 그런데도 커버 교체가 안 된다. 교체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보스는 오히려 교체가 가능하다. 

- 음감은 개인 취향이겠지만 보스가 낫다는 생각이 들고 영화나 게임이라면 진동 때문에 소니가 괜찮을 수도 있다. 진동이 몰입감을 높여주긴 한다.(특히 게임에서는 진동이 있다가 없으면 섭섭하다. 역체감이 느껴진다). 보스는 음색이 잘 정리되고 어깨에서부터 머리쪽으로 올라오는 소리의 전달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 일본 아마존을 보니 어느 정도 판매가 되는 것 같은데 2세대가 나온다면 사람의 신체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부터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다소 부담되는 무게와 정리되지 않은 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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